문화센터등서 이웃 사귀는 주부 늘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불치하문(不恥下問).새해로 예순셋이 되는 임정숙(서울강남구 압구정동)씨는 딸또래의「친구」들을 무더기로 얻은 요즈음 이 말의 의미가 새삼 사무친다.살림솜씨도 야무지고 자기계발에도 열심인 이들 30~40대 친구를 바라보면서 자신이 헛 살아온 것은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임씨는 시간날때마다 이들과 얼굴을 맞대고 일상의 대소사를 의논하며 항상 배운다는 느낌으로 하루하루를 지낸다.
임씨가 이처럼 스무살 이상 손아래 주부들과 나이를 초월한 친분을 맺게된 것은 3년전 소일삼아 집근처 H헬스클럽에 나가면서부터.함께 운동하며 자연스레 친해진 이들 주부 6~7명은 어머니뻘 되는 임씨를 따돌리지 않고「형님」이라 부르며 스스럼없이 대해주었다.
처음에는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는게 쑥스럽기도 했지만 세대별로다를 수밖에 없는 생활의 지혜를 나눌 수 있어 오히려 동년배 친구들보다 자주 어울리게 됐다고 한다.
『여자들은 아이를 낳고 길러본 공통적인 경험때문에 나이에 상관없이 친구가 될 수 있는 것같아요.
자식들과 떨어져 내외만 살고 있는 저의 경우 가까이 있는 이들 친구가 멀리 사는 자식보다 낫다는 생각까지 들 정돕니다.』임씨는 같은 헬스클럽안에 자기말고도 여러명의 노인들이 딸 또래의 친구들과 어울리며 젊은 노년을 보내고 있다고 귀띔했다.
임씨는 젊은 친구들에게 김치 맛내는 법에서 자녀들의 혼수 장만요령,시어머니께 사랑받는 법등을 전수해주며 자신을 「친구대접」해주는 것에 보답하고 있다고.M문화센터의 노래교실에 나가는 김혜란(29.서울동작구 사당동)씨는 최근 쉽게 상 상하기 힘든재미있는 경험을 했다.약1년전 노래교실에서 김씨는 말이 잘 통하는,그야말로 마음은 20대인 50대주부 한 사람을 친구로 사귈 수 있었다.생활은 안정됐으나 성장한 자식들이나 남편에게서 소외감을 느껴 말벗을 찾고싶어하는 5 0대였던 까닭이다.호칭도언니.동생하면서 남편에 대한 불만,재테크 문제등 소소한 집안 일까지 흉허물없이 털어놓고 지내던 이「젊은」언니가 친정어머니의친구임을 알게된 것이 불과 며칠전.공교롭게도 어머니의 친구를 친구로 사귀게 된 김씨 는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께는 걱정하실까봐 하지 못하던 얘기들을 마음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점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신예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