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데스페라도" 서부극에 홍콩갱 뒤섞은 액션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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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9일 개봉하는 로버트 로드리게스감독의 액션영화 『데스페라도』를 설명하려면 먼저 그의 첫작품인 『엘 마리아치』를 이야기해야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극장개봉 없이 곧바로 비디오로 출시된 『엘 마리아치』는 멕시코계인 로드리게스감독이 24세이던 92년 단돈 7,000달러(한화 약 550만원)에 만든 독특한 작품으로 그를 무명에서 일약 할리우드의 주목받는 신진감독으로 부상시켰다.『데스페라도』는 할리우드에 입성한 로드리게스가 메이저영화사인 컬럼비아의 막대한 재정지원을 얻어 완성한 『엘 마리아치』의 속편이자 리메이크다.
『엘 마리아치』는 「기타리스트」란 뜻이고 『데스페라도』는 「무법자」란 스페인어다.『엘 마리아치』의 주인공은 킬러로 오인받아 악당들의 표적이 되어 쫓기는 가난하고 고독한 악사.본의아니게 실제로 킬러가 돼버린 그는 마약 밀매상 패거리 에게 애인을잃고 기타를 연주하는 왼손에 치명적인 총상을 입는다.
『데스페라도』는 여기에서 출발한다.돈이 없어 『엘 마리아치』에서 친척.친구들을 배우로 썼던 로드리게스는 할리우드 톱스타대열에 성큼 올라선 스페인 출신 배우 반데라스를 마리아치로 내세웠다.오로지 복수심에 불타는 냉혹한 총잡이로 변신 한 그는 자신의 인생을 망친 마약 밀매일당의 우두머리인 부초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그의 기타가방에는 기타 대신 전쟁을 치러도 될만한 어마어마한 무기들이 숨겨져 있다.
『데스페라도』는 킬러가 된 마리아치의 처절한 복수라는 아주 단순한 플롯을 가지고 있다.하지만 로드리게스감독은 할리우드식의만화영화같은 액션,반데라스와 멕시코탤런트 출신의 살마 헤이엑 두 섹시스타의 흡인력있는 연기와 감미로운 러브신 ,『펄프 픽션』의 감독 틴 타란티노와 『엘 마리아치』 주연배우 카를로스 갈라르도의 깜짝 출연,액션을 실어나르는 경쾌한 라틴음악과 라밤바의 달콤한 멜로디로 시종 관객의 눈과 귀를 붙잡아둔다.로드리게스감독은 330만달러의 제작비중 대부 분을 총기류와 스턴트맨,폭발효과등에 쏟아부은 것같다.그래서 『엘 마리아치』와 같은 서부극 분위기에 『다이 하드』,오우삼감독의 홍콩갱영화를 결합해 놓은 듯한 개성있는 영화로 연출해냈다.『엘 마리아치』보다 총격전이 훨씬 많아 폭력의 정 도가 심해졌지만 엉뚱하고 기발한 재치들이 군데군데 번뜩여 20대 감독의 자유로움을 보여준다.하지만 『엘 마리아치』와 비교한다면 이야기전개의 참신성은 떨어진다.재미있게 잘 만든 액션영화이긴 하지만 『엘 마리아치』의 리메이크라 해도 좋 을만큼 비슷한 장면들이 많다.
비디오가게에서 『엘 마리아치』를 빌려본 후 『데스페라도』를 감상해 비교해보면 흥미가 배가될 것이다.가난한 영화학과학생이 정성을 들여 만든 독립영화와 할리우드의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재미있는 상업영화의 차이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로드리게스감독은 『엘 마리아치』에서와 마찬가지로 『데스페라도』에서도 시나리오.감독.편집.공동제작과 스테디캠촬영을 직접 했다.
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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