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30대그룹 공채시험 현장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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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예상을 뛰어넘는 기상천외한 면접관의 질문,전부가 답인 것같은 직무능력 테스트….』3일 치러진 대부분 그룹들의 신입사원 공채시험에서 응시자들은 당혹스럽고 어려운 갖가지 평가시험에 진땀을 흘렸다.필기시험을 폐지한 각 그룹이 응시자들을 종합적으로평가하기 위해 각종 테스트를 새로 도입한후 실시된 첫 시험이었기 때문이다.
「서태지 노래가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현대)「장례식에 빨간 옷을 입고 가서는 안되는 5가지 이유」(대우).
3일 실시된 대그룹들의 신입사원 공채시험에서 대다수 응시자들은 처음 도입된 「기상천외한」 면접관들의 질문과 직무능력 테스트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또 면접도 예년보다 시간이 훨씬 길고까다로웠다고 응시자들은 지적.대부분의 그룹은 이 달 20일께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
…삼성그룹은 처음 도입한 삼성기초직무능력테스트(SSAT)를 실시. 특히 적성검사항목중에는 천자문에도 없는 자구를 묻는 한자문제가 대거 출제돼 응시자들의 애를 먹였다는 후문.
상황판단문제는 예컨대 「상사와 견해가 다를때 취할 행동」등이4지 선다형으로 출제.
건국대 졸업예정자인 柳모(28)씨는 『다단계사고를 요구하는데다 가치관에 따라 답이 달라 합격에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특히 여성지원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현대그룹은 과장급이 면접관으로 참여,예컨대 「서태지 노래가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등 상상외의 질문을 던지기도.
그룹 종조실 김인영(金仁永)부장은 『적극성있고 변신의지가 뛰어난 응시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고 귀띔.
…비자금파문으로 곤욕을 치른 대우와 선경그룹도 그룹본사등에서면접과 적성검사등을 실시.대우그룹은 대리에서 임원급이 함께 면접위원으로 참여,임원들은 주로 생활자세.가치관등을 질문한데 비해 20대의 대리급 면접관들은 성생활.패션감각. 노래실력등 「기괴한」 질문을 던졌다고.
특정 주제에 영어로 답변하는 외국어실력테스트는 응시자들이 미리 대비,별어려움이 없었다고.
적성검사와 G-TELP(영어시험)를 실시한 선경그룹은 응시율이 낮을 것에 대비,학교선배직원등을 동원해 응시자이탈방지에 신경을 썼다고.
…서강대와 국민대에서 각각 실시된 LG와 쌍용그룹의 공채시험은 결시자가 40%,43.8%로 많아 다소 썰렁한 분위기.
LG는 직무능력테스트와 토익시험을 실시했는데 직무능력테스트는두 그룹 모두 상당수준의 경제.경영학 지식을 요구하는 문제들이많아 상경계 학생들에게 유리했다는게 응시자들의 전언.
쌍용그룹은 「경제도표 해석능력」을 묻는 문제가 대거 출제됐다. …한화.금호.동부.고합.코오롱등 이미 면접등을 끝낸 그룹들은 이날 합격자들의 타그룹 시험응시를 막기 위해 계열사별로 신체검사.합격증교부등 다양한 행사를 벌이기도.
이들 그룹은 중견그룹과 국영기업들의 공동 공채시험이 있는 10일에도 합격자들을 전원 소집할 방침.
태평양그룹의 경우 아예 9일 이전에 최종 합격자 발표를 끝내고 10일부터는 신입사원연수를 실시할 계획.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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