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의 자기변신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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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금 기업인들은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비자금사건으로 자신들에게 쏠리고 있는 비판적 여론을 어떻게 하면 씻어낼 수 있을까.그리고 이번 기회에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국민들에게 기억되는 참기업인으로 남으려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기업인들은 과거의 잘못된 정경유착의 관행을 반성하고,지금까지 지탄의 대상이 돼왔던 경영풍토를 개선하기로 하고,기업마다 그 구체적 방안마련작업에 들어갔다.전경련(全經聯)이 1일 기업윤리헌장을 제정키로 하는등 기업경영풍토 쇄신추 진방안을 내놓은 것은 그 실천을 위한 첫 작업이 된다.전경련은 이를 위해최고경영자 30명내외로 구성되는 경영풍토쇄신추진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윤리헌장의 실천,공정경쟁풍토조성,책임경영체제 확립,대.중소기업간 협력방안등을 마련,적극 추진 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는 재계의 이같은 다짐이 과거와 같은 선언에 그치지 말고실천으로 연결되길 기대한다.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고,새로운 경영문화를 정착시켜 나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그러나 기업인의 반성과 자정(自淨)노력은 기업 인만으론 안된다.정부와 정치권의 협력없이는 실현되기 어렵다.문제가 생길 때마다 기업에 몰매를 가하는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
비자금사건으로 지금 기업인들은 심리적.정신적으로 크게 위축돼있다.사법처리여부로 잔뜩 긴장돼 있는데다 대외 이미지가 크게 추락돼 해외활동을 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기업인들의 사기가 떨어져 기업의욕이 사라지면 경제가 활 력을 잃게 된다.이미 그런 후유증이 각종 경제지표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비자금사건이 터진 10월에 생산.투자.수출등 모든 경제지표가 큰 폭으로 꺾이고 있지 않은가.이번 사태를 우리 기업과 기업인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되 기 업의 사기를 꺾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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