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쇠고기 재협상 요구하면 미, 자동차 재협상 들고 나올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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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랑겔 미국 하원 세입위원장<中>이 2일(현지시간)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른쪽은 이태식 주미대사, 왼쪽은 마영남 주미 한국상공회의소 회장. [뉴욕=연합뉴스]

미국은 한국 정부의 쇠고기 수입 고시 유보에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 미 국무부와 무역대표부(USTR) 등 관계 부처 대변인들은 2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와 긴밀한 협력 속에 조기에 쇠고기 수입이 성사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 표명에 그쳤다. 이번 조치에 유감을 표시하고 신속한 수입 재개를 촉구할 경우 한국민의 반발만 거세지고 반미 감정으로 격화될 가능성을 걱정해서다.

브루스 클링거 헤리티지재단 연구원 등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는 한국 정부가 사전에 미국에 양해를 구한 것으로 보인다”며 “양국은 서로에 최선의 타협책을 물밑에서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그러나 “미국 정부는 조용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미국 정부에 쇠고기 수출은 정치적 중요성이 큰 데다 재협상은 일본 등 다른 나라와의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국이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 소재 ‘정책연구소(IPS)’의 존 페퍼 국장은 “미국은 재협상을 일단 거부하되 사태가 악화되면 사실상 재협상에 준하는 타협책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찰스 랑겔 미국 하원 세입위원장은 이날 뉴욕 코리아 소사이어티 간담회에서 쇠고기 재협상에 대해 “모든 사안에 대한 논의는 가능하겠지만 전면적인 재협상은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공화당 모두 유권자들에게 인기 없는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는 11월 대선 이후로 미룰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 대선 이전에는 한·미 FTA 비준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페퍼 국장도 “한국이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미국 의원들은 한국이 미국산 자동차 등에 시장을 더 열어야 한다며 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의 대형 육류가공회사인 타이슨 푸드와 카길 미트 솔루션스 등 5대 업체는 이날 한국 내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논란과 관련해 미국산 쇠고기의 시한부 월령 표시를 제안했다. 타이슨 푸드는 “앞으로 최장 120일 동안 한국에 공급하는 쇠고기에 대해 30개월 이하 또는 이상의 소에서 나온 것임을 표시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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