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포지엄 '통일로 가는길' 주제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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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가 남북통일을 이뤄야 하는 가장 큰 목적은 정치.사회적 이유보다 궁극적으로는 남북한 사람들이 다같이 과거의 분단과 증오로 맺힌 한(恨)을 풀고 화합해 통일된 사회에서 더 나은 삶을 누리고자 하는데 있다.
이러한 통일을 바람직하게 이뤄나가기 위해선 통일을 이뤄가는 주역이 남북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문제는 지난 50년간 진행된 분단으로 남북한 사람들의 정신사회적 경험과 이질화로 이 두 집단이 만날 때 갈등과 적응문제가발생할 것이라는 것이다.
정신의학적으로는「문화충격」또는「체제충격」이라고 불리는 이같은현상으로 남북한 사람들은 욕구불만.노이로제.정신질환.범죄등의 각종 적응장애와 갈등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같은 현상은 주로▶분단 50년동안 진행된 남북한 사람들의 상이한 정신구조간의 충돌▶폐쇄사회와 개방사회간의 충돌▶집단주의와 개인주의간의 충돌▶가난과 풍요의 충돌▶종교적 충돌▶증오와 폭력의 문제▶6.25라는 동족상잔의 경험에서 비롯 될 것이다.
특히 통일과정이 급격할 때 사람들이 느낄 그 대규모적인 문화충격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큰 것이 될 것이다.
이같은 예측은 동.서독 통일과 북한 귀순자등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 의해 뒷받침된다.
특히 귀순자들의 남한사회 적응에 여러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구체적 예를 들면 가치관의 전도와 정체성 혼란,정보의 부족과 위축감,피해의식,선망과 열등감,좌절과 분노,돈에 대한 좌절감,남한 개인주의에 대한 당혹감,부분적인 북한사회에 대한 옹호와 향수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이같은 점을 고려할 때 남북통일에 따른 문화충격과 그에 대한적응문제가 적절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통일은 화합이 아니라 갈등과 또다른 불평등구조의 심화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불만.좌절.분노 등이 집단적 저항으로 표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사회정신의학적 개념에 따라 이같은 갈등과 적응장애의 원인.양상.치료 및 예방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사전에 이뤄져야한다. 그래야만 통일과정이 보다 원만하게 진행되고,통일후 사회가 안정적으로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
또 이같은 예측을 근거로 궁극적 통일인 「사람의 통일」을 원만히 이루기 위해 통일이전에 다양한 정신사회적 측면의 연구와 문제해결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특히 현실적인 통일교육이 절실하다.
민성길.정우택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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