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4월1일 개통…高씨 가족 부산 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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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경부고속철도 1단계 개통식이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역에서 열렸다. 무대에 설치된 고속철 모형에서 힘찬 출발을 상징하는 하얀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신동연 기자]

단군 이래 최대 역사(役事)라 불리는 고속철도가 4월 1일 착공 12년 만에 개통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40분. 교통체증을 감안하면 웬만한 수도권 지역보다 시간상으로 더 가까워지는 셈이다. 고속철 개통은 경제적인 효과와 함께 주5일제 실시에 맞물려 우리 국민의 라이프 스타일을 상당히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 사는 고속철씨 가족의 가상 탑승기를 통해 확정된 고속철의 운행시간표.요금.할인혜택 등을 알아봤다.[편집자]

서울 마포구에 사는 '高속철'(38)씨는 4월 3~4일 아버님(70)과 아내(37).아들(5) 등 네 가족이 봄나들이에 나섰다. 목적지는 부산 해운대. 평소 같으면 자가용이나 항공기를 이용했지만 이번엔 새로 개통한 고속철을 타보기로 했다.

택시로 15분 만에 도착한 서울역사는 마치 공항 청사만큼 웅장했다. 高씨는 인터넷으로 예약한 표를 자동발매기로 찾았다. 예매는 철도청 홈페이지(www.korail.go.kr)나 철도회원 홈페이지(www.barota.com)에서 할 수 있다. 일찍 예매하면 할인 혜택도 받는다. 서울~부산 구간의 요금은 성인 기본료가 4만5000원. 아들은 5세 이하 '동반유아좌석권'을 사서 75% 할인받을 수 있었다.

그래도 4인 가족이 왕복요금을 치르려면 비용이 만만찮다. 알아본 결과 가족할인카드란 것이 있었다. 한번에 9명까지 주중 30%, 토.일요일과 공휴일엔 15%씩 할인받을 수 있다. 6개월에 20번까지 탈 수 있으며 값은 10만원. 6개월 내에 20번을 채우지 못하면 700원을 내고 기한을 3개월 연장할 수도 있다. 1년 할인카드는 19만원이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청소년.비즈니스.노인 할인카드도 있다고 했다.

아들은 75%, 나머지 세 가족은 가족할인 15%에 네명 모두 추가로 자동발매할인을 1%씩 받았다. 이렇게 하니 왕복요금이 24만9800원. 그냥 사는 것보다 11만200원을 아꼈다. 고속철 요금은 새마을호 요금(3만3600원)보다 비싸지만 항공기(6만9000원)보다는 싸다.

서울역에서 오전 8시에 출발했는데 부산역에 내리니 10시49분밖에 안 됐다. 평소 차멀미를 하던 아들도 생기있는 표정이다. 부산역에 도착한 高씨 가족은 주말이라 시내가 막힌다는 점을 감안해 지하철로 이동했다. 부산역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서면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 해운대역에서 내렸다.

서울 집에서 출발한 지 네 시간도 안 돼 바다냄새 나는 남해에 도착한 셈이다. 비행기를 탔다면 공항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포함해 세 시간 반쯤 걸렸겠지만 갈아타거나 대기하지 않고 저렴하게 온 셈이다.

高씨 가족은 바다가 잘 보이는 전망 좋은 횟집에 자리잡고 점심을 먹었다. 예전처럼 승용차로 내려왔다면 지금쯤 차가 막혀 충청도나 경북의 어느 휴게소에서 우동으로 점심을 때웠을 것이다. 해운대 콘도에서 바다와 온천을 즐긴 高씨 가족은 다음날인 일요일 오후 3시에야 짐을 꾸렸다. 예전 같으면 먼 귀경길을 생각해 아침부터 부산을 떨었을 테지만 이젠 느긋해졌다.

부산역에서 오후 4시발 상행선 고속철을 탄 가족들은 오후 6시58분 서울역에 도착했다.

高씨 가족은 저녁도 서울역사 안에 있는 식당에서 해결했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서비스가 여느 호텔 식당 못지않았다.

정철근.권근영 기자<jcomm@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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