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붙어라 껌.잘찍어라 포크선물-수능시험치르던날 고사장주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전국에서 80만여명의 수험생이 응시한 96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이 22일 일제히 치러졌다.
올 수능시험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으나 매년수능시험일마다 연출되는 수험표 분실이나 고사장 뒤바꿔 찾아가기,지각등 수험생들의 단골 「사고」모습은 올해에도 속출했다.
…경찰청은 수험생 수송을 위해 교통경찰과 모범운전기사등 1만1,000여명의 인력과 순찰차.사이카등 4,500여대의 각종 차량을 동원해 2,284명의 수험생과 분실수험표 수송작전을 수행. …예년에 비해 후배들의 격문과 응원이 다소 줄어든 추세였는데 울산시 울산공고 정문에 학성여고 재학생들이 붙인 『검찰은비자금을 밝혀내고 학성여고생들은 정답을 밝혀내라』는 격문이 단연 압권.
또 일부 고사장에선 후배들이 결혼식 용품인 스프레이 눈가루와꽃가루를 뿌리는 모습을 연출했으며 『문제와 답이 술술 풀리라』는 화장지와 『잘 찍으라』는 포크,『꼭 붙으라』는 껌등이 격려품으로 답지.
…박영식(朴煐植)교육부장관은 이날 오전7시55분쯤 서울종로구청운중에 도착,20여분동안 시험준비상황 등을 둘러보고 수험생들을 격려.
朴장관은 고사본부인 교무실에 들러 듣기평가용 녹음기 등을 직접 점검해본뒤 2층 고사장으로 가 수험생들에게 『편안한 마음으로 평소 갈고 닦은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라』고 격려.
…아들.손자뻘 10대 수험생들과 실력을 겨루는 만학도들이 수험장 곳곳에서 눈길을 모았다.
77년 서울대법대를 졸업한 춘천고 출신 鄭모(43)씨는 한의대 진학을 위해 대학졸업 18년만에 모교에서 수능시험을 치렀으며 69년 서울 용산공고를 졸업,충주시칠금동사무소 사무장을 맡고 있는 임병국(45)씨도 충북고교에서 시험을 치 렀다.
…영어의 몸이 돼 시험을 준비해온 전국 재소자 52명과 각종범죄와 관련,경찰에 구속중인 수험생들도 교도.경찰관 입회아래 시험을 치렀다.50㏄ 오토바이 한대등을 훔친 혐의로 20일 대구 동부경찰서에 붙잡힌 대구 S고교 3년 李모( 19)군은 이날 경찰의 배려로 고사장 교원숙직실에서 혼자 시험을 치렀고 폭력혐의로 구속중인 대전D고 3년 韓모(18)군도 검찰로부터 구속집행 정지처분을 받아 남대전고교에서 시험을 치렀다.
…20일 급성맹장수술을 받은 김혜진(18.청주일신여고3)양이청주여고 양호실에서 감독교사 입회아래 시험을 치렀으며 인천 성모병원에서 장파열 수술을 받고 입원중인 김희덕(18.인천고3)군등도 병원및 고사장 양호실에서 시험을 치렀다.
반면 이흥수(23)씨는 고사장인 청주고로 향하던중 급성 복통을 일으켜 청주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시험을 치르지 못했는데 아버지 이종원(54)씨는 『늦게라도 시험을 치르는 방법이 없겠느냐』고 안타까워 하기도.
…시험장이 밀집한 지역 약국에선 각성제 성분이 든 드링크류와우황청심환.두통약.소화제등이 불티나게 팔렸다.
광주시북구운암동 바로나 약국 차미경(32.여)씨는 『시험당일에는 수험생들에게 약을 건네줄 때 대화를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설명.
전국부.사회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