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Earth Save Us] “폐타이어·쓰레기서 에탄올 뽑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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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카타의 한 직원이 지난달 30일 회사 실험실에서 클로스트리디아 박테리아가 들어 있는 원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남정호 특파원]

“박테리아가 가득 찬 이 실린더 원통을 이용하면 폐타이어·나무토막, 심지어 쓰레기로도 에탄올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지난달 30일(현시시간) 미국 시카고 인근 워런빌에 자리 잡은 벤처기업 코스카타(Coskata)의 실험실. 이 회사 사장 윌리엄 로는 1.5m가량의 길다란 원통을 들어 보이며 꿈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곳은 대체에너지를 획기적 방법으로 생산하는 데 성공한 미국의 첨단연구소. 실험 장비로 가득 찬 실험실에서는 연구원 10여 명이 고열과 박테리아를 이용해 에탄올을 만들어내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2006년 설립된 이 회사는 마술 같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탄소를 함유한 물질이면 뭐든지 에탄올을 뽑아낼 수 있는 기술이다.

웨슬리 볼슨 마케팅담당 부사장은 “폐기 물질을 원료로 사용할 수 있어 초기 투자비를 감안하더라도 갤런당 1달러 이하로 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현재 미국의 에탄올 가격은 갤런당 3달러 안팎. 신기술로 만들면 3분의 1도 안 되는 것이다.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할 것 같지만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탄소 함유 기체를 섭취하면 이를 즉각 에탄올과 물로 바꿔 배출해 내는 ‘클로스트리디아(Clostridia)’란 박테리아를 이용하는 게 기적의 비밀이다.

볼슨 부사장은 “가격뿐 아니라 곡물이 아닌 다른 물질에서도 에탄올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신기술의 최대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폐타이어·잡초·나무토막·음식물쓰레기·농산물폐기물, 심지어 인분도 원료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2~3년 전부터 생산이 본격화된 에탄올은 지구온난화를 방지할 대체에너지로 부상했지만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미국과 남미 등에서 옥수수·콩 등을 에탄올의 주원료로 사용하면서 곡물 값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먹거리로 연료를 만드는 게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시민단체 등은 “수많은 후진국 빈민이 굶어 죽는 상황에서 식량을 에너지로 태워 없애는 건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는 비난하고 있다.

또 옥수수 농장 등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베면서 오히려 환경을 파괴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생활 주변의 각종 폐기물을 에너지 원료로 활용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면서 환경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코스카타 측의 이야기다. 로 사장은 “세계 곳곳의 각종 폐기물을 원료로 사용하면 미국의 연간 연료 소비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에탄올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많은 대기업이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미 GM이 코스카타와 전략적인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문제라면 초기 설비투자가 만만치 않다는 점. 로 사장은 “연간 1억 갤런의 생산 능력을 갖는 공장을 지으려면 4억5000만 달러 정도가 필요하지만 4~5년만 가동하면 투자비를 뽑는다”고 주장했다.

워런빌(시카고)=남정호 특파원


◇에탄올 제조 공정=오클라호마 대학 연구팀의 에런 만델과 앤드루 펄만 박사 등이 2006년 클로스트리디아 박테리아가 폐기물 등 모든 탄소가 함유된 물질에서 기체를 섭취하면 이를 에탄올과 물로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성질을 활용한 에탄올 생산 공정은 크게 4단계로 나뉜다. 1단계에선 탄소 함유 물질을 엄청난 온도로 가열해 기화시킨다. 2단계에선 기체 상태가 된 탄소 함유 물질에서 불순물을 거른다. 3단계에선 박테리아를 번식시킨 원통 속으로 이 기체를 통과시키면 불과 2~3초 내에 에탄올과 물이 생산된다. 4단계에선 혼합물을 증류시켜 순도 99%의 에탄올을 추출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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