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AI 확산 멈췄지만 … 동물원은 아직도 ‘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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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발생 이후 폐쇄돼 있는 서울대공원 큰물새 우리.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서울대공원 김헌열 동물복지과장에게 5월은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시기다. 원래는 동물의 건강을 보살피는 ‘동물 아빠’였지만 지난달에는 닭·오리를 비롯한 새들의 목숨을 끊는 일의 책임자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서울 광진구청에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자 서울대공원도 예방 차원에서 200마리 가까운 새들을 죽여 땅에 묻었다. 김 과장은 “자식같이 키우는 새들을 살처분한 것도 가슴이 아픈데 ‘잔인하게 죽인 것 아니냐’는 동물단체의 비난을 받을 때는 한숨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 경기도 과천에 있는 서울대공원은 광진구청에서 12㎞ 정도 떨어져 AI 위험지역(3㎞)은 물론 경계지역(10㎞)에서도 상당히 벗어나 있지만, 서울지역 AI의 원천적 차단을 위해 살처분 조치에 들어갔었다.

◇서울 AI 발생 한 달=서울에서 처음으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광진구청 자연학습장에선 4월 28일 처음으로 꿩 2마리가 죽었고, 지난달 3일 폐사한 닭에선 고병원성 AI가 확인됐다. 지난달 11일에는 송파구 장지지구의 오리농가에서도 AI가 추가로 발생했다.

서울시는 현재도 AI 특별방역대책본부를 운영하면서 24시간 감시 중이다. 김윤규 서울시 생활경제담당관은 “서울에서 키우는 닭·오리 같은 가금류는 모두 살처분했으므로 추가로 AI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며 “다만 AI 잠복기가 최장 21일이고 전국적으로 AI 비상체제가 해제되지 않아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지난달 13일 이후로 AI 의심 신고가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아 농림수산식품부는 AI 확산이 멈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닭고기 소비는 서서히 살아나는 분위기다. 서울과 경기 지역 농협 하나로클럽 4곳의 닭고기 매출액은 지난달 28일 583만원으로 보름 전(249만원)에 비해 상당히 회복했다. 그러나 AI가 발생하기 전인 4월 1일의 1483만원에 비해선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동물원에는 AI 여파 남아=서울대공원과 어린이대공원은 AI 여파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다. 지난달 6일부터 31일까지 서울대공원을 찾은 사람은 32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0만6000명)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어린이대공원도 같은 기간 150만 명에서 38만 명으로 감소했다.

동물원 새들을 관리하는 조류사도 큰 변화를 겪었다. 어린이대공원의 조류사 중 일부는 토끼·흑염소 같은 다른 동물로 주인이 바뀌었다. 관람객이 직접 안으로 들어가 새들을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서울대공원 큰물새 우리는 아직도 일반인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큰물새 우리는 이달 중순께 일반 관람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을 고비로 동물원을 찾는 발길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어린이대공원 박승오 단장은 “평일 낮 아기들을 데리고 나오는 ‘유모차 부대’의 방문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서울대공원에선 지난달 30일 예약을 취소한 단체 중 18곳에서 예약을 되살리기도 했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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