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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이 된 진나라 태자와 장군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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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호 13면

연극 ‘일월(日月)’
6월 5~29일 김동수플레이하우스
평일 오후 8시, 금 오후 4시·8시, 토 오후 4시·7시30분, 일 오후 3시, 공휴일 오후 4시·7시(월 쉼) 문의 02-889-3561

진시황의 맏아들 ‘부소’와 천하통일의 명장 ‘몽염’이 연극적 상상력에 힘입어 달(月)과 해(日)로 다시 태어난다. 부소와 몽염은 『사기(史記)』에도 등장하는 실존 인물. 기원전 221년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 나라의 황제는 문인을 박해하고 분서갱유를 명한다. 태자 부소는 부당함을 간하다가 변방에서 오랑캐와 싸우고 있던 몽염 장군에게로 쫓겨난다. 그러다 진시황이 죽자 유서를 받들어 자결하고 만다.

연극 ‘일월’은 시인·소설가로 잘 알려진 작가 장정일의 희곡을 무대에 올린 것이다. 작가는 동명의 희곡을 소설 『중국에서 온 편지』로 개작하기도 했는데, 모노드라마· 2인극·뮤지컬·시나리오로도 각색할 계획이 있었다. 역사에 단 두 줄로 갈무리되었을 뿐인 인물이 작가의 상상력을 왜 그리 자극했을까.

성군의 자질을 갖춘 태자였지만 제왕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고 비극적으로 생을 마친 부소에게서는 충과 효의 이중 구속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화두를, 문인을 내치고 무인을 박대한 진 제국의 급속한 몰락으로부터는 권력과 법가 사상에 의한 통치의 문제를 끌어낼 수 있다.

연극에는 중국 고대사 속 실존 인물들이 그대로 등장하지만 작가는 해와 달, 만리장성 안과 밖, 남성성과 여성성 등 대립 구도를 새로 만들고 역사를 해체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해 냈다. 그러면서도 모호하고 환상적인 결말로 연출의 재량과 배우의 실연에 무대를 열어 두는 방식을 택했다.

태자 부소는 만리장성의 변방에서 제국·권력·아버지로부터 놓여나려 애쓰다가 그 모든 것의 핵심이 ‘남성성’임을 직감하고 여성으로 변신을 꾀하여 장군 몽염과 사랑을 나눈다. 그렇게 몽염과 부소는 해와 달처럼 얽히지만 비운의 희생을 획책한 역사는 이들이 현실에서 빛나게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무릉도원으로 떠나는 해와 달의 밝은 빛, 그리고 선계의 부름은 객석을 도취시킨다. “대장군이 되고프냐? 대장군을 시켜 주마! 승상이 되고프냐? 승상을 시켜 주마! 황제가 되고프냐? 황제를 시켜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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