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7국, 러 등돌리고 나토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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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냉전체제의 산물이었던 '철의 장막'이 29일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지게 됐다. 베를린장벽이 붕괴된 지 15년 만의 일이다.

발트해 3국인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와 불가리아.루마니아.슬로바키아.슬로베니아 등 구 소련 공산권 7개국이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공식 회원국이 된다. 이로써 나토 가맹국은 19개국에서 26개국으로 늘어났다. 같은 바르샤바조약기구 소속 공산국이었던 헝가리.폴란드.체코는 이미 1999년 나토에 가입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열리는 이날 워싱턴 가입 환영행사에는 동맹 가입을 희망하고 있는 발칸반도의 알바니아와 크로아티아.마케도니아 지도자들도 함께 참석한다.

◇중.동유럽 통합 가속화=유럽연합(EU) 확대를 불과 한달 앞두고 이뤄진 나토의 동진 확대는 중.동유럽국들의 급속한 서유럽으로의 통합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신규 가입 7개국 중 5개국은 오는 5월부터 EU에도 가입한다. 나토는 현재 비회원국인 발칸반도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세르비아의 코소보 자치지역에서 평화유지활동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의 불만=소련의 위성국이었던 발트 3국의 신규 가입으로 러시아는 나토와 완충지대도 없이 직접적으로 국경을 접하게 됐다. 러시아가 이들 국가의 가입을 극구 반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러시아는 91년 이들 국가가 독립을 선언해 떨어져 나가기 전까지는 발트 3국을 자신의 뒷마당으로 생각해왔다. 옛 소련은 이들 국가에 설치한 수백개의 육.해.공군기지에 10만여명의 군대를 파견해 나토에 맞섰다. 변변한 자체 전투기도 한대 없이 독립한 이들 국가는 2000년부터는 한때 적대 동맹이었던 나토의 도움으로 방공레이더망을 구축했다.

◇여전한 불안=그러나 이번 나토의 확대는 완결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전체로서 자유로운' 하나의 유럽이 되기 위해서는 러시아와 옛 소련 국가들의 참여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러시아는 여전히 나토 가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벨로루시와 우크라이나.그루지야.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로 이어지는 완충벨트도 러시아의 눈치만 보고 있다. 이들 국가의 국내 정치.경제 사정도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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