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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 교수의 LOVETOOTH] 혹사당한 입의 반란, 구강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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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암이나 위암이라는 말에 익숙한 우리에게 구강암은 다소 생소하다. 치아에도 암이 생기느냐고 의아해 하지만 암은 우리 몸 어디에도 생길 수 있다. 치아를 구성하는 법랑질 세포로 구성된 암을 비롯해 잇몸·혀·입천장·뺨·혀 밑바닥·입술 등 암은 부위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 공략한다.

한국인의 구강암은 전체 암 환자의 3∼5%를 차지한다. 남성에게선 40대 이후 위암·폐암·간암·대장암에 이어 다섯째, 여성은 자궁경부암을 시작으로 일곱째다. 다른 암처럼 별 증상 없이 진행돼 초기에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개 거친 표면을 가진 붉은 반점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염증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입 안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초기에 찾아내 암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구강암이 진행되면 표면이 하얀 막으로 덮이거나 헐어 궤양을 형성한다. 일단 2주 이상 잘 낫지 않는 염증이 있거나 목에 생긴 멍울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구강암을 의심해야 한다. 구강암 역시 다른 암처럼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 만성적인 흡연과 음주가 가장 명확한 인자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 귀퉁이가 깨진 치아의 기계적 자극, 화학물질,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의 자극 요인과 유전적 소인, 노화, 내분비와 같은 체질적 원인이 서로 복합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강암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공해로 인한 유해 자극의 노출 빈도가 더 높아졌기 때문으로 믿어진다. 임파종 환자나 간질환·음주 등 면역기능이 약화된 경우라면 구강암이 더욱 잘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입 안에 하얀 반점을 형성하는 백반증은 약 5%에서 암으로 발전하는 전암단계이며, 이는 흡연·음주 같은 부적절한 생활습관으로 더욱 가속화된다.

구강암은 다른 암에 비해 성질이 고약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5년 생존율이 50%를 넘지 않고, 특히 혀나 혀 밑바닥에 생긴 경우엔 생명을 잃을 확률이 70%를 넘어선다. 따라서 구강암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생활습관이 최선의 방책이다. 구강암은 불결한 구강상태를 가진 사람에게서 발생하는 빈도가 높다. 따라서 입 안을 청결히 해 발암인자를 남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흡연자는 요주의 인물이다. 담배를 끊는 일이 힘들다면 흡연 후 꼭 이를 닦아 담배의 유독성 화학물질이 입 안에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동물성 지방과 짜고 매운 자극성 음식도 피한다. 특히 매운 음식보다 염분 함량이 높은 음식으로부터의 자극이 더 위험하다. 날카로운 치아는 부드럽게 다듬어주고, 잘 맞지 않는 의치는 입 안 점막에 자극을 줘 위험인자로 작용하므로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입 안에 백반증이나 붉은 반점이 보이면 즉시 치료받는 것도 구강암 예방 수칙 중 하나다.

구강암은 건강하지 않은 생활습관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중·장년층에선 최소 일 년에 한 번 치과 검진을 받도록 한다. 다른 부위와 달리 구강암은 복잡한 검사가 필요 없고, 또 조기에 완치될 수 있다. <끝>

박영국 경희대치대 교수·교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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