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은 더 굳게 … 대북 압박은 더 강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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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존 매케인은 본지에 보낸 기고문을 통해 한국관과 북한관을 분명히 보여줬다. 이러한 인식은 그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차기 미 대통령으로서 취할 대한반도 정책의 기조가 될 전망이다. 그는 기고문 작성팀과 20분간 만나 문안을 직접 검토했다.

◇한국관=매케인은 한국을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동맹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 외에 아시아에서 그런 대접을 받은 나라는 일본과 싱가포르뿐이다. 매케인 측은 “그만큼 한국이 미국에 중요한 존재가 됐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설혹 패배하더라도 이번 계기에 한국인과 미국 한인들에게 한국 관련 정책 메시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매케인이 생각하는 한국의 무게를 가늠케 한다. 또 그가 당선되면 국방 또는 국무 장관에 임명할 가능성이 큰 최측근 조지프 리버먼(코네티컷주) 상원의원과 기고문을 공동 작성한 형식을 취한 것은 말로만 그치지 않고 이를 반드시 정책화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분석된다.

매케인은 기고문에서 한·미 동맹에 대한 깊이 있고 장기적인 비전을 보여줬다. 동맹을 단순히 안보 측면에서 보지 않고 경제적 차원에서 공동 번영, 세계적 차원에서 양국의 공동 가치를 전파하는 파트너십으로 확대 정의한 것이다.

나아가 매케인은 한국이 동아시아 안보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공동체에서 미국과 대등한 멤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을 일본과 대등한 지위로 인정하겠다는 인식으로 보인다.

또 미국은 한국 등 우방의 말을 경청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일방통행을 자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매케인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한·미 동맹이 양국 간 공동 번영을 창출하는 틀’로 규정하고 강력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이는 한·미 FTA를 ‘경제동맹’으로 중시하는 한편 한·미 동맹이 냉전형 군사동맹만으로 유지되는 차원은 끝난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도 보여준다.

이와 함께 매케인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상호주의 천명과 북한 인권 및 한국인 납북자 문제 해결 의지에 강력한 지지를 표했다. 또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대테러전 및 핵 비확산, 국제시장 보호에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는 기대도 드러냈다. 하지만 이런 매케인의 기대는 북한과 대화하고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발전시켜야 하는 한국의 입장과 충돌할 우려도 안고 있다.

◇북한관=매케인은 기고문에서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해 핵 포기를 끌어낼 수 있다는 건 순진한 환상”이라며 “강력한 한·미 동맹과 한·미·일 삼각공조 및 유엔 대북제재안을 통한 압박이 효과적 대안”이라 주장했다. 또 같은 날 덴버대 연설과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에서도 “북핵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도록(CVID)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수개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한 게 확실한 지점에 이르기까지 핵무기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그 노하우를 시리아 등과 공유했다”며 “미국 대통령은 독재자와 조건 없는 무제한 협상으로 동맹국의 신뢰를 잃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CVID원칙을 포기하고, 북한의 핵 신고에서 핵무기 현황과 핵 확산 의혹도 적당히 처리하려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정면으로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집권 시 부시의 대북정책 승계를 거부하고 강력한 대북 압박책으로 돌아설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이는 매케인의 지지 기반과 정체성·북한관 및 외교 참모진의 성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매케인은 미국 내 경제·사회 이슈에선 상대적으로 진보적 입장을 취해 공화당 핵심 세력인 보수파의 의심을 사 왔다. 그러나 외교만큼은 ‘힘에 바탕한 미국의 패권 수호’를 주장해 부시 행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에 실망한 보수파의 지지를 받고 있다. 베트남전 영웅 출신임을 강조하며 ‘안보 대통령’으로 자리 잡은 매케인의 정체성을 생각하면 그의 강경한 대북정책은 예고된 결과다.

매케인의 외교 조언자인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는 “기고문 내용으로 볼 때 매케인은 당장 부시 행정부가 농축우라늄 프로그램과 시리아 핵 확산에 대한 북한의 해명 없이 플루토늄 프로그램만 신고받고 테러지원국 해제에 들어갈 경우 반대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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