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골단 진압’거짓 동영상 재미동포가 인터넷에 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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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불법 가두 시위가 닷새째 이어졌다. 28일 오후 7시부터 청계광장에서 30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촛불집회가 개최됐다. 참가자들은 ‘고시 철폐’ ‘연행자 전원 석방’ 등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오후 9시30분쯤 도로를 점거하고 가두 시위에 나서려 했으나 청계광장 주변을 원천 봉쇄한 경찰에 가로막혔다. 경찰과 대치하던 시위대 중 800여 명은 샛길을 통해 청계광장을 빠져나간 뒤 을지로와 퇴계로 등에서 편도 4차로를 점거하고 불법 가두 시위를 벌였다.

지난해 3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 당시의 상황이 담긴 동영상을 25일 광화문 촛불집회 때 벌어진 것처럼 꾸며 ‘물대포 쏘고 백골단 투입됐다. 다 나갑시다’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올린 네티즌은 재미교포 장모(32)씨로 확인됐다. 1992년 미국으로 이민간 장씨는 미국에서 동영상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장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한 후 기소중지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경찰은 또 이날 새벽 불법 가두 시위를 벌인 시위대를 무더기로 검거했다. 서울경찰청은 “서울 시내 도로를 장시간 점거하고 불법 시위를 벌인 혐의로 113명을 연행했다”며 “이 중 고교생 네 명을 석방하고 109명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24일 이후 경찰에 연행된 인원은 211명으로 늘었다. 경찰은 이 중 76명을 석방한 데 이어 27일 새벽 종각역 부근에서 연행한 29명 가운데 2명을 훈방하고 4명을 즉결심판에 회부했다. 나머지 23명은 모두 불구속 입건하고 귀가 조치했다.

경찰은 가두 시위 현장에서 자전거나 오토바이, 승합차를 타고 선발대 역할을 하거나 휴대전화 통화를 하며 이동 경로를 주도적으로 안내한 이들이 있었다는 점을 확인, 신원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386 출신 네티즌들이 인터넷 카페 등을 개설해 시위 지침 성격의 글을 적극적으로 올리고 있어 불법 시위와의 연관성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충형·김민상·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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