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체력 약해 책상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하는 초등생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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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4시 일산의 한 어린이 스포츠클럽. 인조잔디가 깔린 실내 체육교실에 10여 명의 초등학생들이 땀을 흘리며 축구공을 차고 있다. “재영아, 다리를 좀더 꺾어야지.” 강사가 아이들의 자세를 하나하나 잡아준다.

옆 교실에서도 제 허리 높이의 뜀틀을 넘는 아이들에게 구체적인 명령이 떨어졌다. “구름판을 더 세게 밟아야 한다니까.” 체육까지 사교육이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지만 아이들 발달단계에 맞는 학습 프로그램을 갖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어떤 아이가 가나=아무래도 체력이 떨어지는 아이가 많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남상미씨는 “체력이 약해 책상에 오래 앉지 못하고 평소에도 활력이 없어 좋아하는 축구라도 하라고 클럽에 보냈다”고 말했다. 서울교대 체육학과 안양옥 교수는 “운동을 통한 신체 자극이 뇌에 전달돼 두뇌 활동을 촉진시킨다”며 “축구공을 쫓는 활동이 집중력을 길러주는데 그것이 공부에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도 적지 않다. 외동으로 자라거나 게임에 빠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가 많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외동딸을 키우는 윤정숙씨는 “아이가 사람들 앞에서 자기 이름도 말하지 못했는데, 운동을 시작한 후 친구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씨엘씨 서경석 본부장은 “운동 선수에 대한 인식이 좋아져 스포츠 스타를 갈망하는 아이도 있다”며 “주5일제와 웰빙 바람을 타면서 부모와 골프·승마 같은 고급 스포츠를 즐기는 아이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어떻게 지도하나=먼저 아이의 신체발달 검사와 운동 능력을 측정해 개인적 특성을 파악한다. 매직짐 진대용 실장은 “TGMD(운동발달검사)에서 공 던지기·잡기·튀기기·차기·잡기 등의 검사를 해, 단계별로 수업 난이도를 조절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4~5세는 움직이는 즐거움을 배우는 시기로 공을 던지고 받는 공놀이와 율동 등의 활동을 한다.

6~7세는 운동의 기초 기술 즉, 구기운동의 경우 패스와 드리블을 익힌다. 이 시기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워두면 좋은데 이를 위해 미니축구를 시킨다.

초등학생은 무엇보다 체력을 키워야 하는 시기이므로 성장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활동을 유도한다. 성장 체조나 점프, 자세 교정은 물론 줄넘기 같은 유산소 운동도 자주 한다. 월 1~2회 실외 수업을 병행하며 심리적 안정 및 사회성을 발달시킨다.

◇어떤 곳에 보내야 하나=체육학원에 보내기 전 프로그램을 누가 어떤 내용으로 만들었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최근에는 체육학·스포츠과학 전공자나 전직 선수 출신의 전문가들이 기초운동-본운동-정리운동을 체계적으로 지도하는 곳도 많다. 다만 한 가지 특정 종목만 집중하면 신체 일부 부위만 발달하므로 여러 종목을 골고루 할 수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월간·주간·일일 지도 계획도 점검한다. 운동 결과가 다음 수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같은 운동을 하더라도 아이의 발달상태에 따라 진행되는지도 확인해 두는 게 좋다. 한국인간운동발달연구소 박동규 연구소장은 “유아는 1시간에 5~10가지 프로그램이 운영되는지 살펴보라”며 “집중력이 약한 유아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지 점검하라”고 조언했다.

박 소장은 “성인용으로 운동을 하다 보면 자칫 부상을 입을 수 있고, 아이가 원하는 대로 사용하지 못해 좌절감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체육관의 매트나 벽에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는지도 눈여겨보자.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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