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그대는 왜 촛불을 키셨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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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그대는 왜 촛불을 키셨나요?” 국민가수 조용필이 이렇게 노래했을 때 “그대는 왜 촛불을 켜셨나요?”라고 가사를 바로잡아 주지 못한 게 후회스러울 만큼 요즘 ‘불을 키고’란 말을 쓰는 사람이 많다.

“눈 나빠지니까 불을 키고 책을 읽어라” “아무래도 거실 전등을 키고 그냥 나온 것 같아”처럼 일상적인 대화에서 특히 많이 사용하는데, ‘키고’는 표준어가 아니다. ‘불을 켜고’ ‘전등을 켜고’라고 고쳐야 어법에 맞다.

발음의 편의상 ‘키다’라고 잘못 말하거나 적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등·양초 등에 불을 밝히거나 성냥 따위로 불을 일으키다는 뜻의 단어는 ‘켜다’이다. ‘켜서, 켜니, 켰다’와 같이 활용되고 발음된다.

“선풍기를 켜 놓고 자면 안 돼” “컴퓨터를 켜지 마라”처럼 전기 제품을 작동하게 만들다는 의미로도 ‘키다’가 아니라 ‘켜다’를 써야 한다.

“기지개를 켜다” “첼로를 켜다”와 같이 팔다리를 쭉 뻗으며 몸을 펴다, 현악기의 줄을 활로 문질러 소리를 내다는 의미로도 ‘켜다’가 바른 표현이다.

이은희 기자

*촛불을 키다→ 촛불을 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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