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취업·사랑 … 스트레스에 청춘이 시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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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K대학에 다니는 최정은(22)씨. 4학년이 되면서 왠지 답답하고 우울하다.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취업준비를 하는 친구들에 비해 자신은 계속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 사람들과 어울리면서도 고립된 듯하고, 그럴수록 학업 능률은 떨어지고 실수가 잦아졌다. 매일 두통이 심해 병원을 다니고 있지만 특별한 이상은 없다.

‘학업 부진, 취업 불안, 학교생활 부적응, 가족과의 갈등….’

밝고 건강해 보이는 대학생이지만 요즘 젊은이들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흔히 경험하는 스트레스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젊은이들 중엔 견딜 수 없는 고통에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기도 한다. 청년기의 정신건강은 직장과 결혼생활을 결정하는 초석이다.

하지만 사회의 동량이 돼야 할 젊은이들의 정신세계는 그다지 건강하지 못하다. 어린시절 과보호와 교육의 불균형, 가치관의 혼란으로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중앙일보 조인스닷컴과 서울시광역보건센터가 국민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벌이고 있는 ‘블루터치 캠페인’ 이달 주제는 ‘청년기의 정신건강’이다.

◇사회 적응 불안한 젊은이 많다=서울시광역정신보건센터가 서울 소재 3개 대학 571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실태조사를 벌였다. 결과는 우려할 만한 수준. 정신적으로 힘들어 도움을 받고 싶다는 비율이 97%나 됐다. 특히 정신건강 위험신호를 보인 비율은 10%에 달했다. 실제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대학상담센터, 정신보건 관련 기관, 주변인 순으로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숭실대 학생상담소 이명희 상담연구원은 상담소를 찾는 학생은 학업이나 취업 불안감뿐 아니라 가족·친구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정신적인 갈등이 발생했을 때 전문기관을 외면한다는 것. 이 상담원은 “뚜렷한 정신과적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하기보다 가족들에 의해 비치료적인 곳으로 보내지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의 벽을 실감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증상, 이럴 땐=복합적인 스트레스는 다양한 증상을 초래한다.

스트레스가 감당하기 힘들 때는 현실왜곡 현상이 나타난다. 주로 자신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남들이 자신을 불편하게 하고, 괴롭힌다고 여기며, 분노감정을 드러내거나 사회공포로 이어진다.

사고의 혼란도 흔하다. 집중이 안 되고, 주의 산만해지며, 논리적으로 정리가 안 돼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부적절한 행동이 나타난다. 결국 대인관계의 실패, 학업에 지장을 초래해 갈등의 악순환은 심해진다. 감정 표현에도 한계를 드러낸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남에게 전달함으로써 불안·분노·슬픔을 해소한다. 하지만 이들은 감정을 전달하지 않는 것은 물론 표현도 둔화된 모습을 보인다.

병이 깊어지면 환각과 착각이 생긴다. 존재하는 자극을 잘못 보거나 들었다면 착각, 존재하지도 않는 것을 혼자 보고 듣는다면 환각·환청이다.

◇일찍 도움받을수록 빨리 벗어나=서울시광역정신보건센터 이명수 (정신과전문의)센터장은“대학생의 정신건강 문제는 대부분 일시적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지만 때론 우울증·정신분열병과 같은 정신질환의 초기증상일 수 있으므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의는 먼저 상담과 정신과적 평가를 통해 일반적 스트레스인지, 아니면 고위험(발병전 위험증상)상황인지를 판단한다. 고위험군을 평가하기 위해선 임상 및 신경 인지기능 평가, 뇌파·신경영상학 검사 등을 시행하며 결과에 따라 약물과 인지치료를 한다. 초기 증상이 호전되면 재발 방지를 위해 일대일 상담관리 서비스와 사회적응 및 유지를 위한 교육을 받는다.

서울대병원 정신과 권준수 교수는“청소년기의 정신질환은 초기에 적절한 대처가 이뤄지지 않으면 질병으로 이행된다”며 “초기 치료는 질병의 예후를 바꾸고, 질병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광역정신보건센터(02-3444-9934/내선 240~242, www.semis.or.kr)는 조기 정신질환 관리를 위한 컨소시엄(서울시광역정신보건센터,서울시소아청소년광역정신보건센터,서울시립 보라매병원, 서울시립 은평병원, 서울대병원, 연세대의료원)을 운영 중이다. 대학교에는 언제든 도움을 주는 대학상담센터(혹은 학생생활연구소)가 있다.

조인스헬스케어 이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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