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비싸게 사 국고 손실" 고등훈련기 비리 특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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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공군 고등훈련기(T-50) 생산과 관련, 수백억원대의 세금 탈루와 부당거래 혐의를 포착해 국방부와 해당 업체들에 대해 특별감사를 하고 있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28일 "T-50 생산.납품 과정에 부정부패 소지가 있다는 부패방지위원회의 감사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해 12월 군 당국과 T-50 생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을 대상으로 특감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는 "국방부와 공군의 용인 아래 KAI가 2000만~3000만달러(235억~353억원) 규모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와 KAI의 부품 구매 과정에서 부당 거래가 이뤄진 혐의가 포착됐다"고 말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KAI의 기술 제휴사인 다국적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은 지난해 8월 기술이전의 대가로 약속받은 T-50 주요 부품 납품권을 포기하는 대가로 8000만달러(941억원)를 요구했고 KAI는 이를 수락했다. 이 과정에서 록히드마틴사는 세금(이전소득세)을 우리나라에 내야 하지만 KAI는 이를 내지 않아도 되도록 록히드마틴사와 계약해 결국 국고 손실을 끼쳤다고 감사원은 보고 있다.

특히 감사원은 KAI가 "향후 세금 문제가 발생하면 (한국에서) 책임진다"는 약속을 록히드마틴사 측에 한 것으로 보고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다. 이와 함께 KAI와 다른 방산업체들이 담합해 T-50 생산 원가를 부풀렸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KAI가 국내외 방산업체에서 T-50 부품을 정상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사들인 혐의를 포착하고 배경을 조사 중"이라며 "부당 거래에 따른 국고 손실이 세금 탈루 문제보다 심각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KAI에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국방부에 대해서도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외국 기업의 투자이익 회수분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재정경제부의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KAI 관계자들은 "특감 중이라는 것 외에는 모른다" 며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임봉수.채병건 기자

◇고등훈련기 (T-50) 사업=총사업비가 2조1000억원으로, 국방부가 공군 예산에서 사업비의 70%를 지원하는 핵심 전력 증강 사업이다. 전투 조종사 양성에 필요한 훈련기를 만들고, 이 과정에서 독자적인 전투기 개발 기술을 확보한다는 게 목적이었다.

지난해에는 시제기의 초음속 비행에 성공했으며, 이에 따라 KAI는 국방부와도 T-50에 대한 구입 계약을 했다. T-50은 훈련기는 물론 무장이 가능한 경전투기로도 쓰이도록 제작됐다. 최고 속도는 마하 1.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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