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부정축재 사건-財界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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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일은 한국 재계가 크게 멍든 날.
삼성.LG.동아등 주요그룹 전.현직 총수가 대거 검찰에 출두,태풍에 휩쓸린 분위기였다.
한 재계인사는 『이런 날은 아마 앞으로 영영 없을 것』이라고충격을 표시했다.일부에선 「검은 수요일」로 불렀다.
…삼성그룹은 이건희(李健熙)회장의 사법기관 출두가 처음있는 일이라 그런지 다소 긴장하는 모습.
이 그룹의 한 간부는 『여러가지 필요한 준비를 해 큰 걱정은하지않고 있다』고 설명.
그는 또 『6공정부가 전투기사업을 당초 F-18에서 F-16으로 갑자기 바꾸는 바람에 특혜가 아니라 오히려 손해를 보았다』며 이권이나 특혜가 있어 소환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
…구자경(具滋暻)명예회장이 구본무(具本茂)회장 대신 출두한 LG그룹은 「느긋한 입장」인 가운데서도 동향을 살피느라 분주.
구본무회장등 주요 경영자들은 이날 오전 명예회장이 출두한 뒤회장방에 같이 모였다.
이들은 명예회장이 무슨 조사를 받게 될지등을 파악하며 매스컴을 통해 다른 그룹의 움직임도 지켜보는 모습.
임직원들은 삼삼오오 사무실에서 TV를 지켜보며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명예회장의 표정을 살피기도.
…동아그룹은 최원석(崔元碩)회장이 검찰소환 시간에 맞추기 위해 급거 귀국한데 대해 『어차피 거리낄 것도 별로 없는데 서둘러 귀국하길 잘했다』는 분위기.
그룹 관계 임직원들은 이날 오전9시52분쯤 검찰에 崔회장을 수행하고 돌아와 출두당시 회장표정과 검찰조사 진행방향등을 점검하며 「별일 없기를」기대하는 모습.
崔회장은 검찰소환이 있자 7일 곧바로 런던에서 홍콩을 거쳐 이날 오후9시40분 귀국,자택에서 쉬면서 참모들과 대책을 논의했다는 후문.
…오후 이준용(李埈鎔)회장이 검찰에 출두한 대림그룹은 불안해하는 분위기.한 관계자는 『다른 그룹들은 하루전에 소환일정을 통보했는데 우리만 갑자기 소환당하게 돼 심상치 않다』고 걱정을표시. …김중원(金重源)한일합섬회장은 8일 오후1시 검찰출두를위해 급거 미국에서 귀국.金회장은 일단 귀가했다 이날 오후5시검찰에 출두.
뉴욕에서 계열인 국제상사의 무선통신시스템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하던중 검찰의 소환을 받았던 金회장은 당초 김정재부회장을 대신 출두시킬 생각이었으나 검찰이 이를 거부하자 하던 일을 뒤로미루고 부랴부랴 귀국했다고.
金회장은 급히 서울행 비행기표를 구하려다 형편이 여의치 않자7일 일본을 경유해 이날 서울로 들어왔다고 그룹 관계자는 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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