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표에 ‘17대 마지막 거사’ 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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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中> 등 소속 의원들이 2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부결되자 침통한 표정으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강정현 기자]

간발의 차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통과는 무산됐다.

23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통합민주당·자유선진당·민주노동당 등 야 3당은 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키려 총력을 기울였다. 세 당의 의석 수를 합치면 151석이니 못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의사정족수는 채웠지만 반대 5표 등 ‘반란표’ 때문에 의결엔 실패했다. 투표 결과 찬성은 재적 과반수(146표)에 6표가 모자라는 140표였다.

“재적 과반수가 출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안심하고 있던 한나라당은 뒤늦게 허둥지둥댔다. 17대 국회의 마지막 모습은 그렇게 저물어 갔다.

◇귀국, 퇴원 등 총력전 펼친 야당=야 3당은 이날 17대 현역 의원 총동원령을 내렸다. 무소속 의원들에게도 도움을 청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원총회가 예정된 오후 1시30분부터 국회로 몰려 들었다. 손학규 대표는 의총에 참석해 “해임건의안은 정운천 장관 개인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오후 2시40분 의총 참석자가 110명을 넘어서자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으로 일제히 자리를 옮겼다.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 의원들, 이해찬·유시민 등 무소속 의원들이 가세하면서 1시간 만에 146명을 넘겼다. 절반 이상은 18대 총선의 낙선자였다.

유학 준비를 위해 중국에 머물던 이화영 의원은 새벽 비행기로 귀국했고, 총선 이후 사실상 두문불출했던 김근태·한명숙 등 낙선 중진들도 나왔다. 표결에 참가하진 않았지만 김무성·한선교 등 친박 무소속연대 의원들도 잠시 출석했다.

◇뒤늦게 비상 걸린 한나라당=본회의 참석자 수가 불어나자 한나라당에선 뒤늦게 비상이 걸렸다. 오후 2시40분쯤 부랴부랴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오후 3시30분 민주당 김종률 의원의 제안 설명에 이어 투표가 시작되자 긴장감은 고조됐다. 야권은 한 사람이라도 더 끌어 모으기 위해 투표 지연 전략을 썼다. 투표를 종료하려던 임채정 국회의장에게 “장경수 의원이 링거를 꽂고 오고 있다”(김종률)고 호소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나서 “(장 의원이) 왜 미리 앰뷸런스를 타고 못 오느냐”고 항의했다.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가 퇴원 날짜를 앞당겼다는 장경수 의원이 잠시 후 다리를 절며 회의장에 나타나 기표소로 들어갔다.

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며 반겼다. 이러는 사이에 투표에 걸린 시간만 1시간18분이나 됐다. 임 의장은 투표 종료를 선언했다.

◇개표 뒤 엇갈린 반응=표결 결과를 확인한 민주당과 민노당 의원들은 고개를 떨군 채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회의장을 벗어나던 한 민주당 의원은 “심대평 대표가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해서인지 회의 중간에 자유선진당 의원들이 웅성웅성하면서 ‘가서 무효표라도 찍자’고 했다”며 “공조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표결 결과에 대해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적절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야권 내의 이견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민주당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해임건의안이 부결됐다고 해서 정 장관의 과오가 지워지지는 않는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민들에게 굴욕적인 쇠고기 협상에 대해서 교정할 의사가 있다면 정 장관의 거취 문제를 스스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임장혁·권호·김경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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