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럼>"추한 눈물"과 부패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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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요즈음 시중의 화제는 단연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비자금조성 파문이 압도한다.『세상에 대통령이 그처럼 부도덕한 행위를 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리는 것으로 시작하다가 으레 그 처리문제로 이야기가 옮겨진다.전직대통령을 과연 구 속할 것인지,그리고 이 사건에 연루된 기업인이나 은행관계자는 어떻게 다룰것인지를 놓고 점치기에 바쁘다.
루머로만 들어오던 정치자금 실체가 전직대통령의 직접확인으로 세상에 밝혀지자 국민들은 심한 배신감과 참담함을 가눌길 없는 심정이다.때문에 여론은 정치적 해결보다 구속,사법적 해결쪽으로쏠려있다.
사실 대통령의 부도덕성 파문은 전두환(全斗煥)전 대통령을 백담사로 보내는 것으로 끝났어야 했다.그런데 우리는 또한번 연희동의 추한 눈물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누구를 탓하랴.투표에 의해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니 우리에게도 책임의 일 단은 있다.
여하튼 전직대통령의 부도덕한 행동이 나라전체를 비참하게 만들고,국가의 도덕성과 대외신뢰도가 엉망진창이 되고 있다.외국신문들은 국민의 분노는 크지만 한국정치인.관료의 부패관행은 변화가없을 것이라고 꼬집고 있다.전세계에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미국의 CNN등 주요방송이 흘려보내는 이 비자금소식은 흡사 한국이「부패공화국」인양 전해지고 있으니 비감한 생각마저 든다.
그런 나쁜 이미지는 대외거래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대외수주(對外受注)에 지장을 받고 상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신용도가 떨어져 국내기업의 해외차입조건이 까다로워 국내외투자에 차질을 가져오기도 한다.
대내적으로는 이 파문에 연루된 금융기관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고,비자금을 댄 대기업들은 어떤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으니 경제가 잘 돌아갈 턱이 없다.
이미 마련해 놓은 내년의 대형투자사업등 전면적인 사업계획을 확정짓지 못하고 수사방향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눈치만 살피고 있는 실정이다.경기의 연착륙(軟着陸)으로 안정성장을 기대하는 내년 경제계획을 다시 짜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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