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부정축재 사건-사채.유가증권.외화도피등 축재회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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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노태우(盧泰愚)씨 사건의 성격이 「비자금(비資金)」 아닌 「부정 축재(蓄財)」로 규정되어 가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태우(泰愚)그룹」이라는 간판을 내걸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그의 자산(資産) 운용이 조직적이고 다양하며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아직 검찰 수사 결과 盧씨 소유로 확인된 부동산은 나타나지 않았고,또 사돈 회사인 선경과 동방유량을 통해 과연 盧씨 돈이증권회사의 자본금으로 유입되었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 반포동 동호빌딩의 경우처럼 盧씨 일가 소유로 보이는 부동산이 여럿 있고,선경그룹의 증권 회사 인수 과정은 여전히 의혹에 싸여 있다.
따라서 검찰 수사 결과 盧씨가 거액의 금융 자산 외에 부동산과 증권업계에까지 진출한,버젓한 「그룹 오너」로 판명될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자산 운용 규모로는 기업 수준이면서도 그의 자산 구성을 보면 치졸한 기업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盧씨의 운용 자산중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도덕성에 가장 큰 흠집이 되는 것은 역시 한보(韓寶)그룹에 굴린 사채(私債)와 노소영(盧素英)씨 부부 20만 달러의 출처(出處)인 해외 도피 자금. 특히 盧씨의 사채가 그간 재계(財界)에 나돌던 장기 저리 괴(怪)머니의 실체(實體)라면 한보만이 아니라 다른 기업에서도 盧씨의 사채가 더 나올 가능성이 크다.
또한 설혹 스위스 은행에서 20만달러가 인출된 후 잔액이 없다 하더라도 전직 대통령이 외환관리법을 위반하고 외국에 은행 계좌를 갖고 있었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盧씨는 또한 이미 밝혀진대로 신탁.양도성예금증서(CD).어음관리계좌(CMA)등 차명.가명 금융자산도 예금 종별(種別)로 골고루 나누어 갖고 있었다.
특히 CD는 盧씨가 또 다른 재산은 무기명 채권으로 숨겨 갖고 있을 가능성을 말해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한편 현재로선 외국기업과의 합작 회사인 동방페레그린에 盧씨의 자금이 직접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
그러나 사돈 회사들이 증권사를 차례로 설립하거나 인수할 당시현직 대통령이던 盧씨는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했을 수 있다.盧씨의 출두로 본격화될 검찰 수사는 「태우그룹」의 진출 분야를 구체적으로 밝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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