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운명 뒤바꾼 캐스팅 에피소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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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 전지현을 일약 최고의 스타로 만들어 준 영화 ‘엽기적인 그녀’. 이 영화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 직전까지 갔던 배우는 배두나라는 사실을 아는지? 송윤아는 ‘대장금’의 장금이, ‘허준’의 예진 아씨, 그리고 ‘주몽’의 소서노 같은 대박 드라마의 여주인공에 캐스팅 제의를 받았지만, 이를 모두 거절해 이영애, 황수정, 한혜진을 당대 톱스타로 만들어 주었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을 증명하듯, 스타들의 운명을 엇갈리게 만든 캐스팅. 스타가 드라마와 영화에서 그 캐릭터를 연기하기까지에는 이처럼 캐스팅에 관한 수많은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있었다.

이영애, 황수정, 한혜진을 당대 톱스타로 만들어준 송윤아

남자 배우들의 경우 군 입대 문제로 캐스팅이 바뀌는 경우가 꽤 있다. 장혁은 ‘왕의 남자’의 주인공으로 낙점되었지만 군 입대와 겹쳐 결국 그 빈자리는 감우성에게 돌아갔다. 송일국이 맡았던 ‘해신’의 주인공으로 물망에 올랐던 한재석 역시 군 문제로 출연을 포기한 케이스. 드라마 ‘쾌걸춘향’의 경우 당초 윤계상과 한가인이 주연으로 내정되었지만 갑작스런 군 입대와 출연 번복으로 당시 지명도가 떨어졌던 한채영과 재희가 대타로 투입, 기대 이상의 대박을 터뜨렸다.

이외에도 숱한 유행어를 만들어 냈던 드라마 ‘파리의 연인’ 박신양 역은 배용준이 맡을 뻔했다. 영화 ‘말아톤’에서 감동 연기를 선보였던 조승우 역도 처음 물망에 올랐던 배우는 신하균과 박해일이었다. ‘풀 하우스’ 남자 주인공 정지훈 역시 사실은 대타였다. 가수 비를 연기자 정지훈으로 변신시킨 이 드라마의 원래 주인공은 정우성이었다고.

여자 배우들도 캐스팅 때문에 울고 웃는 경우가 허다하다. 짧은 커트 헤어스타일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커피프린스 1호점’의 윤은혜 역엔 김아중이 먼저 러브콜을 받았다. 그러나 샴푸 모델인 그녀는 계약 기간 동안 긴 머리를 유지해야 했기에 안타깝게도 배역을 고사했다. 김아중에게 대종상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안겨준 대박 영화 ‘미녀는 괴로워’ 역시 처음엔 그녀의 배역이 아니었다. 주인공 역을 놓고 고소영, 김희선, 수애 같은 톱스타들이 거론되었지만, 전신 성형이라는 영화 내용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모두 거절했고 결국 주인공은 당시 지명도가 다소 떨어졌던 김아중에게로 돌아갔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임수정 역은 강혜정이 하기로 결정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당시 그녀는 영화 ‘도마뱀’ 촬영 중이었고, ‘도마뱀’ 홍보 일정과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촬영 일정이 겹치면서 결국 한쪽을 포기하고 말았다.

캐스팅 일순위가 아니더라도 오랜 무명 생활을 끝내고 일약 스타가 되는 케이스도 많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김명민이다. 그는 ‘불멸의 이순신’ ‘하얀 거탑’을 통해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불멸의 이순신’의 경우 송일국, 정준호, 최수종, 이병헌 등 쟁쟁한 후보들을 거쳐 김명민이 캐스팅되었던 것. ‘하얀 거탑’의 경우도 처음엔 차승원이 주인공으로 내정되었다가 스케줄 문제로 결국 김명민이 주인공을 거머쥐었다.

이서진과 송일국도 대타로 뜬 주인공들. ‘다모’의 종사관 황보윤 역할은 당초 이정진이 할 예정이었지만 갑작스러운 출연 번복으로 이서진에게 돌아갔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너도 아프냐, 나도 아프다”를 유행시키며 높은 인기를 얻었다. ‘불멸의 이순신’에서 주연을 놓친 송일국은 한재석이 군 입대 문제로 중도 하차한 ‘해신’의 ‘염장’ 역을 물려받아 맡았고, ‘주몽’에서도 처음엔 출연을 고사했지만 캐스팅에 난항을 겪자 막판에 출연하기로 결정해 행운을 거머쥐었다. 반대로 캐스팅에서 운이 따르지 않는 스타도 있다. 이정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는 ‘파리의 연인’과 ‘미안하다, 사랑한다’에 잇달아 캐스팅 제의를 받았지만 이를 거절하며 박신양, 소지섭이 대박을 터뜨리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아야 했다. 그가 야심차게 선택했던 영화 ‘태풍’과 드라마 ‘에어시티’는 흥행 면에서 모두 저조한 반응을 보였다.

여자 배우 중 캐스팅 운이 따르지 않는 스타는 단연 김희선이다. 드라마 ‘가을동화’와 ‘겨울연가’의 여주인공은 원래 김희선의 몫이었다. 하지만 김희선이 출연을 고사한 덕분에 송혜교와 최지우는 최고의 한류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이렇듯 캐스팅에 따른 순간의 선택이 배우 인생을 바꾸어 놓는 경우는 숱하게 많다. 배우들은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만난다는 것을 운명 혹은 인연이라고 표현한다. 캐스팅에 관한 숨겨진 스토리들을 살펴보니 배우들의 이런 표현이 선뜻 이해가 된다.

여성중앙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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