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영화 "민족과 운명" 31편까지 만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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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요즘 북한에선 『민족과 운명』이란 제목아래 31편까지 이어지는 시리즈 영화가 화제다.
조선예술영화촬영소가 92년부터 제작하기 시작한 이 시리즈는 최덕신.최홍희.윤이상 등 지도급 해외동포들의 곡절많은 운명을 다뤄 북한 주민에게 이른바 「우리식 사회주의」체제의 우월성을 느끼도록 만든 작품들.
이 영화는 민족의 정통성이 북한정부에 있다는 것을 선전하기 위해 해외동포들이 북한을 「조국의 품」으로 여긴다는 식으로 설정하고 있다.김일성의 민족대단결 노선이 그 바탕에 깔려있음은 물론이다.
해외동포 이야기가 밑천을 다하자 지금은 노동계급이 전후 복구.건설 시기와 천리마운동 시기에 얼마나 고군분투하며 사회주의를건설했는지,북한에 살고 있는 일본인처들이 북한정부의 은덕정치에따라 얼마나 좋은 대접을 받고 있는지 등으로 소재가 옮겨지고 있다. 민족문제에서 체제문제로 주제가 옮겨가는 것이다.시리즈 초기에는 고위급회담.범민족대회 등으로 북한 주민의 통일 열망이높았기 때문이고 김일성(金日成)사후에는 북한주민이 체제우월감을느끼도록 하는게 정책과제이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가 처음 만들어질 때는 10부 정도에서 끝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제 31부를돌파하면서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엿가락처럼 늘어지고 있다.이대로 가다가는 1백편에 이르지 않을까 하는 성급한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북측은 이 시리즈를 「세계적 걸작」이라며 칭송하고 있고 북한 영화팬으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그러나 재일.재미 동포들에게는 냉담한 반응을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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