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盧씨처리 늦추는 속사정-여론 눈치보며 YS에 맡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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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 귀국 전에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비자금사건의 가닥을 잡기 위해 서두르던 여권이 金대통령 귀국을 계기로 처리속도를 한박자 늦추고 있다.
金대통령의 결단을 기다리면서 들끓는 여론이 이성을 찾기를 기다리는 눈치다.
일단 盧전대통령측이 비자금소명서를 검찰에 제출하는 것을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갖자는 것이 겉으로 드러난 이유다.검찰은 盧전대통령의 소명서가 30일 제출되면 검찰내부 조사내용과 대조.
검토한 뒤 필요하다면 재소명을 요구하고 이번 주중 반께 盧전대통령을 출두시켜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그렇지만 盧전대통령 신병처리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이다.여권내의 분위기도 그렇고 검찰쪽도 마찬가지다.따라서 盧전대통령 신병처리는 주말 이후로 늦춰질 전망이다.
그러나 여권의 이같은 신중한 자세는 여러가지 정치적 배경을 갖고 있다.현재의 국민감정상으로는 盧전대통령을 구속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구속하는 순간부터 여론,또는 지역감정의 변화를 예측할 수 없다.혹시라도 동정론이 대두될 지도 염려된다.개혁 초기에 박수를 치다가 나중에는 돌아 앉는 여론의 가변성도 충분히 겪어봤다.내년 총선에 부메랑효과로 작용할 지 모른다는 우려다.
그래서 여권은 28일 盧전대통령측에 검찰에 자진출두할 의사와시기를 밝혀줄 것을 권고했다.
또 盧전대통령은 재임기간중 5공청산을 하면서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을 백담사로 보내기는 했지만 구속하지는 않았다.전직대통령을 구속한 현직대통령으로 기록되는 것도 金대통령측으로는 부담이다.국가적으로도 모양새가 사납다.
조성내용과 사용처가 드러날 경우 정치권에는 예기치 못한 태풍이 몰아칠지 모른다.정계개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그 결단은 전적으로 金대통령의 몫이다.
따라서 盧전대통령을 구태여 구속할 필요가 없을 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정치적 효과는 충분히 거둘 수 있기 때문에 구속 신중론이 우세한 것이 여권 내부의 실정이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식의 처리로 문제의 가닥이 잡힐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이러한 미온적인 처리가 부메랑이 되어 여권이나 金대통령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구속이냐,불구속이냐의 문제는 앞으로 수사를 거치면서 계속 논란이 일 문제다.
특히 대통령 선거자금을 지원 받은 문제는 여야 모두에 피할 수 없는 화살이어서 이 문제가 어떤식으로 매듭될 지 누구도 예측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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