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비리지도자 어떻게 처리했나-해외망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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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0세기 후반기에 국정을 운영하면서 부정부패를 했던 세계 각국의 정상들은 하나같이 비극적 말로를 맞았다.대부분은 퇴임후 재판을 받아 실형을 선고받았고 일부는 집권중도에 해외로 쫓겨나끝모를 도피행각을 벌이거나 망명지에서 암살 또는 쓸쓸한 최후를맞기도 했다.자손대대로 불명예를 남겼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이들이 부정축재한 금액은 각각 다르다.그들의 부정축재액은 후진국일수록 컸다는 사실은 분명하다.선진국가로 분류되는 프랑스와 일본의 정상은 각각 1명이 권력형 재산축재에 휘말렸다.이밖의 유럽국가로는 수사중인 사건을 포함해 이탈리아가 5명,스페인이 1명이고 대부분 아시아.남미.아프리카에 집중돼 있다.
남미.아프리카등 제3세계 부패정상의 경우 축재액수는 천문학적이다.이들은 또 국내처벌을 통한 깨끗한 뒤처리보다 해외망명이나도피로 문제를 흐지부지 넘긴 경우가 많다.
대표적 인물은 필리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대통령.21년동안이나절대적인 권력을 누리던 마르코스는 86년 100억달러로 추정된막대한 재산을 싸들고 먹다남은 카레라이스를 식탁에 남겨둔채 황급히 망명길을 떠나야 했다.당시 기네스북은 세 계 최대의 도둑으로 마르코스 이름을 올렸고 스위스등 여러 나라는 그를 기피인물로 선언,여행 자체를 원천봉쇄하기도 했다.또 그가 사망한뒤 최근에는 스위스 은행에 4억5,000만달러가 은닉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필리핀 정부가 이를 환 수하기로 스위스정부와 합의했다. 38년 통치끝에 79년 망명길을 떠난 이란의 팔레비 국왕은 100억달러 이상의 재산을 스위스.미국등에 빼돌린 혐의를받았지만 그 많은 돈을 채 써보지도 못한채 1년반만에 암으로 사망했다.
「베이비 닥」으로 유명한 아이티의 독재자 장 클로드 뒤발리에는 86년 민중봉기로 권좌에서 축출된뒤 프랑스로 쫓겨났다.아버지 프랑수아가 57년 정권을 잡은뒤 이들 부자가 모은 축재액수는 모두 8억달러.망명중에도 초호화 생활을 즐기며 「생활이 권태롭다」고 불평을 늘어놓는 「베이비 닥」은 아이티 정부로부터 국고금 반환청구소송을 받고 있다.
「남미의 불사조」로 불리던 후안 페론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55년 쿠데타로 쫓겨난뒤 72년 환국할 때까지 18년동안의 망명생활을 해야 했다.사회주의적인 통치이념 「페론이즘」에도 불구하고 세계 10대 거부의 한명으로 손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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