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비자금 파문-DJ북경발언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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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金大中)새정치국민회의 총재는 28일 베이징(北京)주재한국특파원단과 조찬간담회를 갖고 비보도를 전제로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비자금 사건과 관련한 얘기를 털어놓았다.그는 자신의 20억원 수수사실 시인이 盧씨의 회견이 있다 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결정된 것이며 26일 밤에 발표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사안의 중요성과 국민의 관심도를 고려해 이를 보도한다. 다음은 金총재와의 일문일답 요지.
-盧대통령의 비자금사건은 너무 충격적이어서 총선 등의 정치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겠는가.
『중요한 것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향후 태도다.金대통령이거액을 받은 것이 드러나면 중대문제라고 본다.당시 민자당 수뇌로서 선거를 치른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에 따르면 당시 지구당별로 30억원씩 풀었다고 하는데 그것만으로도 7,000억원이넘는다.280억원 썼다는 신고는 완전 거짓이며 선거법을 완전 위반한 것이다.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당선무효가 돼도 시원찮을 사안이다.』 -金대통령이 정치판을 완전히 뒤집으려고 하는 음모의 일환으로 보지 않는가.
『모르겠다.그 사람 평소 행태로 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盧씨가 3당합당 당시 2,000억원을 공급했다는 정보도 있다.』-盧 전대통령 처리방안은 무엇인가.
『중요하고 대단히 복잡한 문제다.한국에 돌아가 당과 상의해 결정하겠다.』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된다고 보는가.
『이번 사태에는 너무 많은 사각지대가 있다.盧전대통령과 주변사람들의 부도덕성을 밝히는 계기로 사용치 않고 누구를 쓸어버리고 누구와 손잡자는 기회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모 야당은 여당의 총대를 메고 여당보다 더 악을 쓰고 있다.
모두들 사심이 끼어있다.이번 사태로 국민들의 분노가 끓어오르는 판에 그런 행위는 국민에 대한 모욕이며 또 국민이 이를 용납지 않을 것이다.』 -盧씨의 비자금이 있다는 사실을 언제 알았는가. 『비자금이야 전두환(全斗煥)씨 때부터 있다는 것을 다알고 있었으나 증거가 없어 못 밝혔을 뿐이다.』 -87년 대선때도 위로금 명목의 자금을 全씨로부터 받았는가.
『양순직(楊淳稙)의원이 그런 얘기를 했는데 그는 증거를 제시하든가,자신의 발언이 잘못됐음을 사과하든가 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盧씨로부터)20억원을 받을 당시 상황으로는 양심상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내양심에 어긋난 돈을 받은 적은 없다.』 -盧 전대통령이 돈을 건네줄 당시 여야 대립관계였는데 여당의 비자금을 야당 총수가 받아쓴다는 것은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盧 전대통령이 민자당 총재였다면 액수를 불문하고 돈을 안 받았을 것이다.그러나 당시는 그가 민자당을 탈당하고 당적이 없는 중립내각이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여야 관계는 아니었다.』 -盧씨의 비자금이 언제 조성됐다고 보는가.
『거액 비자금 조성시기를 추적해 보면 90년1월 3당합당 후다.여소야대 상태에서 감시가 계속됐다면 결코 그렇게 못했을 것이다.』 -金총재가 대선 때 썼다고 신고한 액수와 실제 사용액수에는 차이가 나지 않는가.
『정확한 기억은 없으나 우리는 200억원을 만드는데도 힘들었다.』 -이번 사태를 어느 선에서 매듭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정국 안정과 헌정 질서를 해쳐서는 안되지만 밝힐 것은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5.18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국민들의 초점은 金대통령에게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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