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대표, 이러시면 안 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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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20일 당내에서 원성을 들었다.

전날 이명박 대통령과 정례회동에서 강 대표가 당에서 마련한 국정 쇄신안을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강 대표가 “쇄신안이 논의되기 전에 언론에 다 알려져 누를 끼쳐 죄송하다”고 이 대통령에게 사과성 발언을 한 데 대해 “당 대표이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왔다.

강 대표에 대한 원성은 국정 쇄신을 위한 인책론으로 연결됐다.

원희룡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공개적으로 강 대표에게 날을 세웠다. 그는 “당 대표로서 대통령에게 국정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해야 당의 위상과 역할이 선다. 그런데 대통령의 눈치를 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당 대표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것으로 너무나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특단의 (국정) 쇄신이 불가피하다”며 “모두가 대통령의 눈치만 보고 대통령에게 모든 비난과 책임이 돌아가는 그런 국정 체제는 하루빨리 손질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정병국 의원도 “당이 정국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며 “언론의 보도대로 강 대표가 쇄신안을 건의하지 않았다면 당 대표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인지 우려스럽다”고 강 대표 비판에 가세했다.

친이명박계의 한 소장파 의원은 “지금 시스템으론 바닥에 떨어진 대통령의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리기가 불가능하다”며 “당은 더욱 큰 목소리로 인적 쇄신을 요구해야 하고 청와대도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취임 100일쯤이 적기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쇄신 시기까지 언급했다.

당내의 이런 원성에 대해 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지방분권촉진특별법 추진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정치를 하다 보면 억울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요즘의 이슈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어서 대통령께 야당 대표와 만나야 한다고 건의했다”며 “이를 강조하다 보니까 언론에선 대표가 대통령에게 제대로 한마디도 못 했다고 한다”고 억울해했다. 그러면서 강 대표는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으므로 총리가 직접 나서 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는 말씀도 드렸다”며 청와대 회동의 뒷얘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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