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yle] 몸짱은 ‘쫄쫄이 패션’을 입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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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스타 마리야 샤라포바도 ‘쫄쫄이’ 운동복 매니어다. [나이키 제공]

그냥 좀 달라붙는 ‘쫄티’가 아니라 몸매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쫄쫄이’ 운동복이 인기다. 운동효과를 높이는 기능성에 스타일까지 더했다. [사진=박종근 기자]

‘살 빼고 수영장 가겠다’는 주장만큼 허망한 게 없다. 운동을 해서 살을 빼야 하는데 살을 먼저 빼야만 수영장에 갈 수 있다니,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바뀐 게 아닌가.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아마 운동하러 가서도 스타일에 신경써야만 하는 풍조 때문에 그럴 것이다. 몸매를 가꾸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 가꾼 몸매를 보여주기 위해 가는 세상. 요즘엔 한술 더 떠 몸매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스타일이 피트니스센터에서, 또 운동장에서 유행이다. ‘꽉 조인다’는 뜻의 ‘컴프레션’ 스포츠웨어 얘기다. 

#속옷에 패션 더해 겉옷으로

컴프레션 스포츠웨어는 언뜻 보기에 속옷 같다. 실제로 이것은 본래 속옷 용도로 개발됐다.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축구 선수들이 유니폼 속에 받쳐 입는, 그래서 경기가 끝난 다음 양팀이 유니폼을 교환할 때 자주 보던 그 속옷이다. 90분 동안 쉼없이 뛰어야 하는 그라운드에서 이런 종류의 속옷은 두 가지 역할을 했다. 우선 근육을 압박하듯 꽉 조여서 근육의 보조 역할로 선수의 힘을 조금이나마 덜어줬다. 또 하나는 체온 유지다. 촘촘한 고탄력 섬유는 ‘제2의 피부’처럼 땀을 빨리 흡수하고 동시에 배출도 원활하게 하는 기능이 있어서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도움을 줬다.

이랬던 기능성 속옷이 밖으로 나올 수 있던 것은 고감도 스타일과 결합하면서다. 나이키 홍보담당 제연숙 과장은 “속옷으로만 생각했을 땐 주로 흰색·검정·회색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것 자체만 입고도 충분히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오렌지색이나 연보라, 밝은 하늘색 같은 것들도 속속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패션성을 강화해도 컴프레션 스포츠웨어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기능성이다. ‘배용준 트레이너’로 유명한 한동길(33·JW메리어트 호텔)씨는 컴프레션 스포츠웨어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운동할 때 움직이는 근육은 ‘스태빌라이저’와 ‘무버’로 나뉜다. 전자는 운동 시 움직이는 근육을 지탱해 주는 역할이고, 후자가 실제 움직이는 부분이다. 흔히 ‘쫄쫄이’로 불리는 요즘 운동복은 ‘스태빌라이저’ 기능을 한다. 어떤 동작이든 잘 잡아주도록 설계된 것이다.”

한씨는 “박태환이 얼마 전부터 새로 입은 전신 수영복 역시 이러한 원리”라며 “해외에선 선수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많이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근력과 유연성을 강화하는 데 효과가 있는 데다 최근에는 패션에서도 눈에 띌 만큼 멋있어져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권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멋진 몸매 ‘쫄쫄이’로 더 맵시 나게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스포츠웨어 분야에서도 고기능성에 스타일을 강화한 제품은 이미 트렌드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급기야 지난해엔 이런 종류의 스포츠웨어를 만드는 미국 ‘언더 아머’사가 경제전문 주간지 포브스가 꼽은 ‘미국 최고의 소기업 200’ 중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 프로야구(MLB)와 미국 프로풋볼리그(NFL)의 선수들이 주로 입는 것으로 알려진 이 브랜드의 높은 순위는 그만큼 ‘쫄쫄이’ 운동복이 주목받고 있음을 나타내 주는 지표다.

우리나라 브랜드도 ‘쫄쫄이’에선 빠지지 않는다. 스켈리도라는 국내 브랜드는 2006년 처음 선보인 후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선수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06년엔 국내 프로야구 8개 구단 중 7개 구단 선수 전원이 각각의 유니폼 안에 이 브랜드의 옷을 받쳐 입었을 만큼 각광받고 있다. 운동 중 흘린 땀이 바로 옷 표면으로 밀려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특수 소재를 사용해 인간의 피부와 가장 유사한 구조로 돼 있어 땀이 흡수되지 않고 바로 배출돼 마른다”는 게 브랜드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역 조기축구회에서 활동하는 김성근(35)씨는 “운동을 전공한 친구한테 소개받아 입어 보고선 운동할 때마다 챙겨 입는다”고 했다. 김씨는 “프로선수가 된 것 같은 기분에, 평소 열심히 운동한 것까지 자랑할 수 있는 ‘쫄쫄이’라 맘에 든다”며 웃었다. 그는 “한겨울에 입어도 별로 추운 줄 모르겠다”며 “패션에 기능까지 다 갖췄다”고 ‘쫄쫄이’운동복 예찬론을 폈다.

‘쫄쫄이’는 유행에 민감한 네티즌 사이에서도 화제다. 인터넷 게시판엔 ‘맨유의 루니가 입었던 쫄쫄이는 어느 브랜드?’같은 질문이 심심치 않게 올라 온다. 프로 선수들이 입기 시작하면서 화제가 되더니 서서히 일반 대중에까지 유행이 번져가는 모양새다. 유행에 맞춰 ‘쫄쫄이’ 입고 운동하려면 정말 ‘운동부터 하고 운동장에 가야 할 때’가 된 듯하다.

글=강승민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촬영협조=김준호(남자 모델·In Golf 휘트니스 퍼스널 트레이너 팀장), 박순여(여자 모델·Curmas) ◇장소협조=J 스포츠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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