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대정부질문초점>盧씨 비자금 파문-"헌납 말도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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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회는 25일에도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에게 집중포격을 가했다.연 사흘째다.사회문화분야 질문을 끝으로 대정부질문을 마친 이날 야당의원들은 노씨의 구속수사를 요구했다.위법성은 이미 드러난 것 아니냐는 투였다.
여당의원들은 비자금의 국고환수를 촉구했다.노씨가 무슨 큰 결단을 한듯한 인상을 주는 「헌납」이란 표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얘기로 들렸다.아무튼 노씨로서는 갈수록 태산임을 이날 대정부질문은 잘 보여줬다.
일부 야당의원들은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도 도마위에 올렸다.
전씨도 비자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장석화(張石和.국민회의)의원은 『노씨를 비롯,관련자 전원을 즉각 출국금지시키고 증거 인멸 우려가 있으므로 수뢰죄등으로 전원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또 『비자금에 관한 조사는 성역이 있을 수 없는 만큼 전씨도 조사 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의 원혜영(元惠榮)의원도 같은 주장을 했다.그는 『여권일부에서 주장하는 서면 또는 방문조사는 국민의 법감정상 용납될수 없다』며 노씨 구속을 요구했고,『485억원에 한정하지 말고5,6공 권력형 부정축재 전체에 대한 수사로 확대해야 한다』고강조했다.
6공때 정무장관을 지낸 이종찬(李鍾贊.국민회의)의원도 사정을전혀 봐주지 않았다.그는 『노 전대통령은 서석재(徐錫宰)전총무처장관의 비자금발언에 대한 수사가 착수되자 「잘 참는 나도 더이상 못참겠다」라는 협박으로 수사를 엉뚱하게 슬 롯머신업자쪽으로 돌렸다』고 비난했다.
강수림(姜秀淋.민주)의원은 『노씨는 율곡사업의 차세대 전투기기종을 F-18에서 F-16으로 변경하면서 1억달러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기종변경과정에서 이종구(李鍾九)당시 국방장관에게 3억원의 격려금을 줬다』면서 율곡비리를 밝히 라고 요구했다. 민자당 의원들도 더 강경해졌다.백남치(白南治)의원은 『성역없는 수사로 시중의 의혹을 풀어주고 국민배신행위에 대해 준엄한심판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해석(金海碩)의원은 『수사가 용두사미(龍頭蛇尾)식으로 끝난다면 국민정서는 결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소리쳤다.
백.김의원과 오장섭(吳長燮)의원은 『비자금 전액을 국고로 환수해 영세민과 농어민 복지확충에 쓰라』고 주장했다.
강부자(姜富子.자민련)의원은 비자금문제를 언급하지 않는 대신노인.여성.장애인문제와 국내입양 촉진책을 따지고 군대위안부문제의 남북공동대처 용의를 물었다.
답변에 나선 이홍구(李洪九)국무총리는 계속 철저수사를 강조했다. 이총리는 『검찰이 현재 비자금 규모와 조성경위,입.출금 관리상황,입금경위까지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고 거듭 밝혔다.
이총리는 또 노 전대통령 사법처리 문제와 관련,『검찰 조사결과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며 『관련자 출국금지와 구속수사 여부도 조사 진전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우만(安又萬)법무장관은 야당의원들의 노씨 구속수사 촉구에 대해 『비자금 조성경위.성격등이 규명된 뒤에야 노 전대통령 수사문제가 검토될 것』이라고만 말했다.이총리등은 그러나 전씨 비자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물증.혐의가 없는한 곤란 하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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