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독자 80명 특별한 함양 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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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풀피리 소리가 들리고 오후 새참을 마친 농부가 졸음에 겨워 그늘 밑 돋자리에 길게 누운 풍경이 연상되는 고장, 경남 함양이다. 번잡한 도시를 떠나 산천 경개 좋은 곳에 묻혀 고향을 느끼고 싶은가. 아는 이 하나 없어도 마냥 정겨움이 넘칠 듯한 곳, 함양 물내리 마을로 가보자.

  지난 10일 오전 7시 30분, 석가탄신일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 첫날 중앙일보 프리미엄 독자 80명이 농촌체험여행을 떠났다. 이번 나들이는 함양군이 주최하고 중앙일보 프리미엄이 후원한 도농교류 여행의 일환.
  물내리마을은 함양군 안의면의 5개 마을-율림·월림·두항·봉산·안심마을-을 하나의 브랜드로 묶은 것이다. 물레방아 마을이란 뜻으로 연암 박지원이 물레방아를 최초로 발명해 시연한 장소라는 데서 유래했다. 함양까지 보통 때는 자동차로 3시간 30분정도 걸리지만 연휴 초입이라 차 막힘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
  거북이 운행에 짜증 날 법도 하건만 참가자들은 5월의 싱그러운 햇살에 취해선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싱글벙글이다. 차내 레크리에이션과 작은 선물도 흥을 돋우는 데 한 몫 거든다.
 
딸기따기, 올해 마지막 수확을 내 손으로
  낮 12시가 가까워서야 목적지에 도착, 비닐하우스 딸기따기 체험이 시작됐다. 배도 출출하고 목도 마른 참에 딸기밭의 무공해 딸기는 참가자들의 입속으로 쉼 없이 들어간다.
  하우스 안은 올해 마지막이 될 딸기들의 빨간 빛이 농염하다. 정신없이 20~30개를 따 먹고 나서야 나누어준 플라스틱 상자 안에 딸기를 채우기 시작했다. 직접 딴 딸기는 1인당 500g들이 1상자씩 가져갈 수 있다.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딸기는 따자마자 씻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으니 즐거움이 두 배다.

“엄마! 딸기나무는 어디 있어?”
  방배동에서 온 네 살배기 시언이가 엄마를 졸라댄다.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은 딸기가 어디서 나고 어떻게 자라는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 그래도 딸기 따는 손 만큼은 얼마나 야무진지, 고사리 손에 아이 주먹만한 딸기가 똑 똑 떨어진다.
  배도 채우고 상자도 채운 후 딸기화분 만들기가 이어졌다. 딸기모종을 화분에 옮겨 심는 작업이다. 집으로 가져갈 화분을 만드는 어른들의 손놀림이 민첩하다. 그 사이 아이들은 끼리끼리 모여 장난 삽질로 온통 흙투성이가 된다.
  딸기농장 주인 한청범(51)씨가 알려준 대로 흙을 적당히 넣고 모종을 심은 후엔 물이 잘 빠지는 화분용 흙도 적당히 섞어준다. 하지만 초보자인 참가자들의 화분은 쓸데없는 곁가지들로 무성하다. “열매는 떼내고 곁가지들도 쳐내야 본 줄기가 제대로 자랍니다. 잘 만 키우면 한 달 후엔 딸기가 열릴 거예요. 7월 말까지는 화분에서 딸기가 자라는 걸 볼 수 있지요.” 화분의 곁가지를 쳐내는 농사꾼의 손에서 ‘비워야 채운다’는 단순한 진리가 도시민의 마음으로 흘러든다.

“제기차기 9개로 쌀 10kg 땄죠”
  이어 율림마을 전래놀이 체험공방으로 이동했다. 숙박시설과 식당이 갖춰져 자연을 벗 삼아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시골 반찬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농민들이 직접 키우거나 채집한 무공해 나물로 차려진 밥상은 도시민에게는 소박한 감동이다. 아이들은 먹을 만한 반찬이 없다며 투덜대도 어른들의 입맛에는 나물향이 그윽하고 정겹기만 하다.
  식사 후 이어진 제기차기 시간. 종이에 돌멩이를 넣은 제기는 쉽게 만들 수 있어 어린 아이들도 흥미를 보였다. 제기차기 시합에는 함양 쌀이 경품으로 걸렸다. 윤미·승한이 아빠 이상윤(35)씨가 두 아이의 응원에 힘입어 9개를 차 함양 쌀 10kg의 주인공이 됐다. 마을에서는 나머지 참가자들을 위해 한 가족당 쌀 4kg을 선물로 준비하는 정성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로 올라가기 전, 1년에 1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간다는 용추계곡에 들렀다. 시원스런 폭포는 장엄한 듯 경쾌하고 청록색의 물은 들이키고 싶을 만큼 맑다. 귀경시간에 쫓겨 되돌아 나오는 길이 못내 아쉽다.
  현재 ‘물내리 쉼터’도 조성중이다. 물내리마을 농산물을 구입하고 간단한 요기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진다. 10월께 문을 연다. 
물내리 마을 체험문의 www.mulnaeri.co.kr 055-962-0606

글·사진= 프리미엄 이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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