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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외교 ‘공짜’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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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1~20일 한승수 총리의 첫 자원외교 순방지인 중앙아시아 국가를 동행하며 ‘세상에는 두 종류의 나라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자원을 가진 나라와 못 가진 나라였다.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아제르바이잔은 자원부국이었다. 오일 달러 하나로 미개발 변방국가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 오아시스’로 떠올랐다. 기록적인 고유가도 이들에게는 축복이었다. 도시 전체는 거대한 공사현장과 같았다. 드넓은 평원은 하루가 다르게 초현대식 고층 건물들로 채워져 가고 있었다. 황금빛 도색과 대리석 치장은 기본이었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자원외교 전략(5월 12일자 3면)은 의미가 있었다. 자원을 수입만 하는 일방적인 관계 대신 사회간접자본(SOC)·건설 투자 같은 쌍방형의 윈-윈 전략은 예상외의 성과를 거뒀다. 우즈베키스탄 총리는 전세기에 직접 탑승해 한 총리를 대통령 별장으로 안내했다.

이 별장에 초대받은 외국 인사는 블라디미르 푸틴 전 러시아 대통령이 유일했다. 카자흐 대통령은 4년을 끌던 잠빌 해상광구 지분 인수를 즉석에서 마무리지었다. 이런 환대는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진출 약속에 대한 선물이었다. 정부 대표단은 “성공적인 순방이었다”며 자축하는 분위기다. 기업인들도 마찬가지다. 장미경 삼성공조 사장은 “영어와 러시아어로 된 명함 200장을 준비했는데 다 쓰고 간다”며 만족해했다.

그렇지만 자만은 금물이다. 갈 길은 멀다. 이제 겨우 첫걸음을 뗐을 뿐인 것이다. 이번에 뿌린 자원외교의 씨앗이 열매를 맺으려면 보다 과감한 투자와 치밀한 후속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 외교적 뒷받침과 문화교류 확대도 필요하다. 기업들도 각국마다 다른 현실에 맞춰 주도면밀하게 ‘맞춤형’ 전략을 짜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순방에 동행한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중앙아시아가 제2의 중동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큰 유전은 서방 메이저사들이 다 차지했다”며 “우리는 조그만 거라도 확보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4개국을 둘러보니 우리에게 자원을 호락호락 내줄 나라는 한 곳도 없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자원외교가 성공하려면 형식적인 환대에 취하지 말고 계획부터 치밀하게 짜야 한다.

박신홍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