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 매케인 본선 승부 종교가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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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18일(현지시간)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7만5000여 명의 청중이 운집한 가운데 유세하고 있다. 이번 대선 경선에서 최대의 청중 기록이다. [포틀랜드 AP=연합뉴스]

종교는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다. 2000년과 2004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당선시킨 주요 세력은 기독교 복음주의자였다. 부시 대통령은 낙태·동성애를 강력히 반대하는 등 보수성향이 강한 복음주의자들을 결집시켜 남부의 여러 주에서 승리했다. 2004년엔 가톨릭 신자인 민주당 존 케리 후보와 싸우면서도 가톨릭에 적극 다가가는 선거운동으로 성공을 거뒀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유력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모두 기독교인이다. 매케인은 성공회 신자 집안에서 자랐으나 1982년 부인 신디와 재혼한 뒤 침례교에 다니고 있다.

오바마는 얼마 전 ‘갓 댐 아메리카(빌어먹을 미국)’ 발언 등으로 말썽을 일으킨 제레미아 라이트 목사가 세운 시카고 트리니티 유나이티드 교회 소속이다.

흑인인 오바마는 미국 인구의 7%를 차지하는 흑인 개신교도 중 90%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슬람교도 역시 그를 지지하고 있지만, 전체 인구의 0.6%밖에 되지 않는다.

오바마와 매케인에게 가장 중요한 종교는 가톨릭과 기독교 복음주의다. 2007년 미국 인구통계국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 인구의 28.6%가 복음주의자이고, 24.5%가 가톨릭 신자다. 접전이 예상되는 오바마와 매케인의 본선 대결은 두 종교가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있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19일 켄터키주 포트미첼의 선거자금 모집 행사에서 연설하고있다. [포트미첼 AP=연합뉴스]

가톨릭계는 신자였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을 배출한 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을 보였다. 하지만 그들이 오바마에게 몰표를 줄지는 불투명하다. 오바마는 당 경선에서 가톨릭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그들의 표는 주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게로 갔다. 반면 공화당 경선에선 가톨릭이 매케인을 밀었다. 만일 오바마가 가톨릭 표를 매케인에게 대거 빼앗길 경우 그의 대선 승리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매케인에게도 ‘집토끼’를 지켜야 하는 문제가 있다. 2000년 당 경선 때 부시와 싸운 그는 복음주의 지도자들과 많은 갈등을 일으켰다. 이후 그는 버지니아주 리버티 대학 졸업식에 참석하는 등 여러 차례 복음주의자들과의 화해를 시도했다. 그러나 그런 노력이 성공했다고 말할 순 없다.

복음주의 단체인 ‘포커스 온 패밀리’를 설립한 제임스 돕슨은 얼마 전 “매케인을 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복음주의자의 공화당 지지율은 30%로 뚝 떨어졌다. 그런 그들을 오바마는 집중 공략하고 있다. 오바마는 자신이 왜 기독교 신자가 됐는지 등을 소개하는 유인물을 복음주의자들에게 돌리고, 그들과의 접촉 빈도를 늘리는 등 매케인의 약점을 파고들고 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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