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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시대명음반>브루크너 교향곡 제3번.제8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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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예술의 본체가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수없이 논의되었지만 아직까지도 명확한 결론은 없다.그러나 예술에서 형식의 중요성이 무시돼 본 적은 단 한번도 없다.특정한 패턴을 통해 자신의 감정이나 사고의 집적과 흐름을 형상화한 것이 예술의 형 식이라면,그런 점에서 조지 셀은 금세기의 수많은 지휘자들중 가장 뛰어난 인물의 한 사람이다.
그의 음악이 보여주는 명료함과 밝은 색채,완벽한 조형감은 르네상스 회화의 거장 라파엘로를 생각케 한다.그는 연주사에서 낭만주의적 경향이 가장 짙었던 시기에 활동을 시작했지만 출신과 교육 탓인지,아니면 성격 탓인지 한순간도 감정 중 심의 로맨티시즘의 늪에 빠져본 적이 없었다.그렇다고 그의 연주가 기계적인정확함과 정신적인 매너리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진부한 반복만을계속한 것은 아니다.브루크너의 두 교향곡에서도 그의 음악적 특징인 예리한 통찰력에 의해 형성된 조화와 균형이 그대로 나타난다.많은 바그너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자칫 모호해지기 쉬운 교향곡 제3번에서 보여주는 탁월한 선명함과 균형감은 또 다른 점에서 명연주로 평가되는 카를 뵘의 녹음에 견줄 만하다.
또 교향곡 제8번의 연주는 그 도도하고 장엄한 느린 템포에서부터 빛나는 색채감,웅혼하고 장대한 스케일,심오하고 내면적인 깊이가 형식이란 치밀한 구조 아래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3악장 아다지오는 느린 템포에도 불구하고 음악적 균형감을 잃지 않는다.이 음반은 가장 뛰어난 브루크너 연주로 일컬어지는 크나페르츠부슈나 푸르트벵글러의 레코딩에 비해도 전혀 손색없는 명연주다.〈Sony SB2K 5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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