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봤습니다] BMW X6, 스포츠카의 가속력 + 세단의 안락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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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X6는 단거리 육상선수 같다. 위로 착 붙어 있는 엉덩이와 웅크린 상체는 폭발적인 달리기를 앞둔 근육질 스프린터가 출발하기 직전의 모습이다. X6의 수식어는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SAC)’다. X6가 스포츠카의 외모와 주행성능을 가미한 ‘크로스오버’ 차량임을 보여준다.

BMW는 지난달 X6 생산공장이 있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그린빌-스파르탄버그 지역에 전 세계 자동차 기자들을 불러들였다. 산악도로, 일반도로, 트랙을 모두 달려볼 수 있는 그곳을 X6의 주행성능과 힘을 고루 시험해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여긴 것 같다. 기자는 4400cc 트윈-터보차지 V8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X6 50i’를 시승했다. X6의 시트는 체형에 따라 최적의 자세를 선택할 수 있도록 미세 조정이 가능하다. 엉덩이의 깊숙한 부분, 허리와 등까지 조정 가능하다. 짧지 않은 시트 조절 시간을 감수할 만큼 시트의 안락함은 뛰어났다.

X6가 처음 만난 코스는 구불구불한 오르막길이었다. 커브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은 뒤, 방향을 틀어 가속기를 밟으면, 차는 지면을 움켜지듯 박차고 나갔다.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산행을 마친 X6는 일반도로에 접어들었다. 전자동 오토매틱 스틱을 안쪽으로 살짝 꺾으면 ‘스포츠 모드’로 변환한다. 가속기를 밟는 순간 rpm이 급격히 상승하며 몸이 시트의 등받이에 푹 안겼다. 폭발적 가속력을 즐길 수 있는 대목이다.

BMW가 가장 큰 자랑거리라고 소개한 것은 ‘다이내믹 퍼포먼스 컨트롤(DPC)’이었다. “앞바퀴와 뒷바퀴를 독립적으로 제어해 줘 코너링 때 안정성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설명이다.

6월 국내 시판 예정인 이 차의 가격은 9000만원대(디젤 3000cc)~1억4000만원대(가솔린 4400cc)로 예상된다. 이 가격이 소비자를 망설이게 할 지 모르겠다. 1억4000만원을 주고 크로스오버를 살 것인가, 고급 세단을 살 것인가.

크로스오버가 대세라지만, 모호한 정체성도 조금 걸린다. X6는 SUV 시장뿐 아니라 럭셔리 세단, 스포츠카 시장까지 잠식하겠다는 욕심을 내고 있다. 그러나 그 모든 차종과 경쟁해야 한다는 부담도 안고 있다.

그린빌(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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