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 세금 14억 받아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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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말단 세무공무원이 변호사 도움 없이 대법원까지 간 소송 끝에 14억원의 체납 세금을 거두게 됐다.

주인공은 광주시 서구 지방세과의 8급 공무원인 지재관(42.사진)씨.

지씨는 지난 11일 지방세 부과 처분취소 소송의 대법원 최종심에서 이겨 취득세.종합토지세 등 13억9600만원의 세금을 징수할 수 있게 됐다.

지씨가 관련 법규와 밤낮으로 씨름하면서 소송을 시작한 때는 3년 전.

2001년 9월 지씨는 광주시 서구 매월동 유통단지 내 3만8248평을 매입한 광주공구판매업조합에 취득세 3억5000만원을 부과했다. 지방세법에 따라 조합이 산 토지를 중소기업 종합유통시설용 부동산으로 분류해 취득세 50%를 감면했다.

그러나 조합은 도시개발촉진법을 적용받아 전액 면제돼야 한다며 광주지법에 소송을 냈다.

이때부터 지루한 법정 싸움이 시작됐다. 지씨는 구청 전담 변호사도 있지만 어차피 수임료를 줘야 한다면 혼자서 소송을 하겠다며 지방세법과 도시개발촉진법을 연구하고 변론 준비도 맡았다.

'조합이 땅값의 잔금을 치른 시점에는 문제의 땅이 유통단지로 승인 받지않아 도시개발촉진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밝혀 냈고, 지난해 4월 1심에서 승소했다.

이어 원고 측이 잇따라 제기한 항소심과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이겨 소송 기간에 조합이 내지 않은 취득세.종합토지세 등 약 14억원을 거둬들일 수 있게 됐다.

1995년 세무서기보(9급)로 공직에 들어온 지씨는 최근에는 세무행정 감각을 살려 지방세 세목별 주요 쟁점 사항에 대한 판례와 심사청구 등의 사례를 알기 쉽게 풀이한 '지방세 이의신청, 소송 전에 보는 책'을 펴내 시.구청 등에 2000부를 배포했다.

지씨는 "세무직 공무원으로서 민원인의 고충이나 잘못 부과된 세금은 납세자 편에서 신속히 처리하자는 것을 신조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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