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세기 맞은 국립경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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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1일로 우리 국립경찰이 창설 50주년을 맞았다.창설 당시 3만5,000여명이던 경찰관이 전.의경을 포함해 15만명으로 늘었으니 경찰의 중요성이나 급증한 치안수요 등 오늘날 경찰의 위상을 잘 알 수 있다.
돌이켜 보면 우리 경찰의 역사는 영욕(榮辱)이 엇갈린 반세기였다.우리 나라 치안이 현재 세계 어느 나라 못지 않게 안정상태인 것은 대부분의 경찰관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사회기초질서를 유지하는 임무에 밤낮을 가리지 않았기 때문이란 점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지금도 불타는 사명감으로 열악한 여건을 이겨내고 있는 전국의 경찰가족들이 새삼 고마울 뿐이다. 그러나 경찰이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남긴 경우도 적지 않았다.권력의 시녀라는 비난과 함께 민생치안은 뒷전이고,시국치안.정권안보의 앞잡이라는 지탄의 대상이 된 적도 있었다.
사건처리과정에서 가혹행위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점이나,서 민을 괴롭히고 군림하는 바람에「민중의 몽둥이」라고 불렸던 부끄러운 과거도 있었다.문민정부 이후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정도가 못되는 게 아쉽다.
복잡다기(複雜多岐)해진 현대인의 생활에서 경찰의 임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그것은 단 하루만이라도 경찰력이 없는 날을 가정해 놓고,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해 보면 금방 알수 있다.그러나 경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경찰에 많은 것을 요구하는 한편으로는 형편없는 그들의 근무여건이나 처우를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점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이제 경찰도 지방자치시대에 맞게 다시 태어나야 한다.자치경찰제 도입문제도 검토해야 한다.경찰의 위상재정립을 위해선 정부와자치단체,그리고 국민의 뒷받침이 중요하나 민주경찰.민중의 지팡이라는 명예가 결코 저절로 얻어질 수는 없는 일 이다.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경찰이 되기 위해서는 경찰 스스로 뼈를 깎는 아픔을 마다하지 않는 용기와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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