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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원칙’ 박근혜 ‘일관된 보수’ 이상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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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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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총선 이후 정당이 아닌 묘한 정치적 결사체가 등장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가까운 ‘친박근혜’ 세력이다.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친박 무소속 연대로 두루 흩어져 있다.

최근 당 밖 친박세력의 ‘복당’ 논란 속에 이들은 한나라당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또 이들과 갈등 중인 당 주류, 즉 ‘친이명박계’와는 어떻게 다를까. 이번 조사 결과 이들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책 이념 상으로 그렇다. 이번 조사에 응한 한나라당 소속 당선인 142명의 정책 이념은 6.2점이다. 당내 친박 성향 당선인(32명)을 빼면 전체 평균은 6.1점으로 내려간다. 당내 친박 성향 당선인의 경우 6.3점, 친박 무소속 연대(12명)와 친박연대(11명)는 6.2점이다. 0.1~0.2점 정도 차이가 날 뿐이다. 조사 연구진은 “오히려 친이 진영 또는 친박 진영 내부의 차이가 두드러진다”고 평가했다.

◇“보수 이상득-중도 정두언”=이상득·이병석·정병국·정두언 의원 등 이 대통령을 도와온 핵심 측근 그룹 24명의 정책 이념을 조사했다. 평균은 6.3점이었다. 대부분 6점대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었다.

‘왼쪽 끝’에는 소장파의 리더 격인 정두언 의원이 있다(4.8). 그는 다른 한나라당 의원들과 달리 2004년 조사 때(4.7)와 대동소이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집권한 뒤 오히려 왼쪽으로 가는 게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길”이라며 “잘사는 사람은 어차피 잘산다. 서민과 약자를 위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편엔 6선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위치했다(7.1). 이 부의장은 2002년 조사 때 8.0점을 기록, 가장 보수적인 의원으로 꼽힌 일도 있다. 친이 진영에선 “정책이념 결과가 정 의원이 변화와 개혁을, 이 부의장이 화합과 안정을 추구한다는 사실과 부합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측근 그룹 가운데 3선인 정병국(5.4), 재선인 박순자(5.6) 의원과 김영우(5.2)·김효재(5.4)·권택기(5.6)·정태근(5.8) 당선인은 중도 성향이다. 이 부의장보다 오른편에 있는 당선인은 진성호(7.7)·김용태(7.3) 단 두 명뿐이었다.

정책이념에선 벌어져 있지만 외교·안보·경제 등 주요 이슈에선 입장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단 세 명(정병국·정두언·김영우)을 빼곤 “북핵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 외엔 다른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답하는 식이다. 세 사람은 “북핵 문제와 무관하게 현재 수준의 지원은 유지해야 한다”고 봤다.

다만 개성공단 사업이나 종교적 병역 거부, 사형제도에 대해선 입장이 엇갈리는 편이었다. “개성공단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발전시켜야 한다”(안경률·박순자·강승규·조해진), “종교적 병역 거부를 인정해야”(박준선),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이병석·정병국·정두언·정태근)는 강한 진보의 목소리도 나왔다.

◇“박근혜는 이끄는 리더십”=친박 세력 내에선 친박 성향 당선인들끼리보다는 박 전 대표와의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박 전 대표의 분명한 입장 때문이다. 평소 ‘원칙’을 강조하고 시시비비가 뚜렷한 그의 스타일이 정책적 입장에도 반영돼 있다. 어중된 답변이 없이 11개 현안 중 8개 현안에서 극단에 위치했다. 경제 영역의 4개 현안에선 모두 강한 보수의 입장을 보였다. 정부 역할은 최소화하고 시장에 맡기자는 것이다. “대기업 출자총액제한제를 전면 폐지해야”, “세금 경감과 시장경제 활성화가 궁극적으로 복지 혜택을 늘리는 길”, “시장을 왜곡할 가능성이 높아 정부가 생필품 가격을 관리하는 건 옳지 않다”는 식이다. 정책 이념으론 가장 오른쪽인 10점짜리들이다.

반면 국가보안법 개정 여부나 개성 공단에 대해선 진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보안법을 인권 침해와 법규 남용 소지를 줄이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개성공단 사업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각 3.3). 이와 달리 친박 세력은 경제 이슈에 대해선 7점 안팎, 외교·안보 분야에선 6점 안팎의 목소리를 냈다. 성신여대 서현진 교수는 “정책 현안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응답 패턴으로 볼 때 양 극단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며 “박 전 대표가 중간에서 의견을 중재한다기보다 이끌고 나가는 리더십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고정애·정강현 기자


당선인 이념 성향 조사 연구진

◇연구책임자: 강원택 (숭실대 정외과) ◇연구진: 이현우(서강대 정외과), 손병권(중앙대 국제관계학과), 임성학(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서현진(성신여대 사회교육학과), 가상준(단국대 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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