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Earth Save Us] 강물 맑게하는 ‘흙공’의 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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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당퐁당! 흙공을 던지면 물이 맑아진대요!’ 16일 경남 김해시 대감리 대포천에서 주민들과 금동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수질 정화용 흙공을 던지고 있다. 흙공은 미생물 발효제와 살뜨물 발효액을 섞은 액체에 황토를 반죽해 만든다. 오른쪽 흰색 점퍼 입은 사람이 김종간 김해시장. [사진=송봉근 기자]

16일 오후, 경남 김해시 상동면 대감리 대포천. 주민과 금동초등학교 학생 300여 명이 야구공만 한 ‘흙공’을 강물에 던져 넣었다. 물방울을 튀기며 1만여 개의 흙공이 하천에 떨어지자 놀란 은어가 달아나는 모습이 보였다. 대포천 수질개선대책위원회와 김해시가 대포천 수질을 1급수로 유지하기 위해 벌인 ‘수질정화용 흙공 던지기’ 행사다. 이 흙공은 대포천 주변 금동초등학교 학생과 주민들이 이달 초부터 틈틈이 만든 것이다. 원료 구입비로 40만원이 들었다.

대포천은 1년 내내 1급수 수질을 유지하고 있으나 이달 들어 유량이 줄면서 수질이 나빠질 기미를 보이자 주민들이 흙공을 넣기로 한 것이다. 금동초등학교 장혜지(13·6년)양은 “우리가 만든 흙공이 하천 물을 맑게 한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하천 수질을 매달 한 차례씩 측정해 흙공 투입 시기를 결정하고 흙공이 수명을 다하는 시기도 관찰하기 위해 일지도 쓴다. 대포천 수질 개선 대책위 정영진(56) 위원장은 “그동안 수질 개선을 위해 동원한 방법 외에 새로운 방안을 찾다가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흙공 투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주민들은 은어 7만 마리도 방류했다.

신어산에서 시작되는 길이 9㎞의 대포천은 10여 년 전만 해도 4∼5급수인 ‘시궁창’ 수준이었다. 하수종말처리장이 없어 상동면 6개 리 1600여 가구 4000여 명 주민들의 생활하수와 1000여 개 공장, 50여 축산농가 들이 쏟아낸 폐수로 여름에는 악취가 진동했다.

주민들이 대포천 살리기에 나선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대포천이 부산시민의 상수원인 낙동강 물금 취수장 상류에 자리 잡은 관계로 정부가 97년 2월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을 추진하면서 주민들은 다급해졌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이면 땅값 하락과 건물 신축 제한 등 불이익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대책위를 구성, 정부부서를 찾아 다니며 민원을 제기해 4개월 만에 겨우 지정 연기를 받아냈다.

주민들은 그해 9월부터 하천 살리기에 나섰다. 자발적으로 정기적인 하천 청소와 생활하수 줄이기에 나섰다. 주민들이 가구당 3000원씩 내서 만든 3000여만원의 기금으로 유급 하천감시원 2명을 배치했다.

500평 규모의 미나리꽝 5곳을 조성, 마을에서 나오는 생활하수가 이곳을 거쳐 흘러 들어가게 했다. 주민들이 많이 찾는 농협 매점에서 합성세제가 사라졌다. 집집마다 정화조를 설치하고 주부들은 빨래를 모아서 재생비누로 세탁하고 쌀뜨물로 설거지를 했다. 수세미로 하천의 돌을 닦는 등 눈물겨운 활동들이 전개됐다. 주민들의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98년 초 대포천 수질은 1급수로 개선됐다.

주민들의 이러한 노력이 알려지면서 2002년에는 수질을 1급수로 유지할 경우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을 유예한다는 수질협약을 환경부와 맺기에 이르렀다. 이후 주민들은 1급수 수질을 유지하기 위한 정화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글=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흙공=미생물 발효제(유산균·효모·광합성균 혼합)와 쌀뜨물 발효액을 섞은 액체에 황토를 섞어 반죽한 뒤 그늘에서 1∼4주쯤 발효시킨 것. 흙공 표면에는 미생물들이 거미줄처럼 하얗게 엉켜 있다. 흙공 속의 효소들이 천천히 녹으면서 물을 정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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