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가요 ‘님을 위한 행진곡’ 5·18 뮤지컬로 다시 태어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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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대표적인 민중가요 ‘님을 위한 행진곡’이 대중가수 서영은(35)의 애절하면서도 가녀린 목소리로 다시 태어났다. 16일 발매된 동명 앨범에서다. 앨범을 만든 이는 1981년 노래를 작곡한 김종률(50·사진)씨다. 민중음악의 대표곡을 만든 그는 95년 외국계 음반사 비엠지(현재 소니 비엠지)에 입사해, 13년째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

그가 27년 만에 자신의 노래를 재해석한 이유는 5·18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을 만들기 위해서다. 앨범에는 ‘무등산’ ‘검은 리본 달았지’ 등 시대의 아픔을 담은 노래 11곡이 담겨 있다. 그가 78년부터 81년까지 만들었던 100여 곡 중 뮤지컬에 사용할 만한 것만 추린 것이다.

가수 임지훈이 부른 ‘밤이 오는 것일까’는 민주화의 봄을 빼앗겨버릴 것 같은 슬픈 예감을 표현한 노래다. 거센 바람에 맞서는 꽃씨의 희망을 노래한 ‘바람과 꽃씨’는 김씨가 직접 불렀다.

“정치적 상황과 바쁜 업무 때문에 5·18 기념 뮤지컬 제작을 미뤄왔는데,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고 판단했습니다. 5·18 30주년이 되는 내후년 뮤지컬을 공연할 계획입니다. 이번 음반은 뮤지컬 제작을 위한 사전 작업 성격이죠. 암울한 시대에도 남녀간의 아름다운 사랑이 있었다는 내용입니다.”

김씨는 뮤지컬을 내후년 5월 전남도청 앞 분수대 광장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전남대 경영학과를 다닐 때 전일가요제(78년)와 대학가요제(79년)에서 ‘소나기’와 ‘영랑과 강진’이라는 노래로 각각 대상과 은상을 받았으며, 80년대 초 독집 앨범도 냈다.

그는 광주 지역 노래패 활동을 할 때 인연을 맺은 소설가 황석영 씨의 제안으로 81년 ‘님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했다. 광주의 넋을 기리는 노래극 ‘넋풀이’의 마지막 합창곡으로 사용됐다.

“5·18 당시 목격했던 참상을 노래로 만든 것입니다. 당시 녹음 시설이 없어서, 공테이프를 카세트 레코더에 넣고 녹음했어요. 기차 소리, 개짖는 소리도 섞여 들어갔죠. 82년 입대한 뒤 휴가를 나왔는데, 대학생들이 이 노래를 부르며 데모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글·사진=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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