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광우병, 정부가 학생 설득에 나서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오늘 저녁 중·고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다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열린다고 한다. 학생들 휴대전화에는 집회 참여를 유도하는 문자메시지가 꼬리를 물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헛발질은 멈출 조짐이 없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교역금지 부위까지 수입을 허용했다는 등 각종 악재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에 대해 명쾌한 해명은커녕 연일 허둥대는 모습이다.

중·고생이나 학부모들의 광우병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한창 꿈을 가꾸어야 할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서는 것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정부가 힘으로 막아서는 안 될 일이다. 경찰이 마구 뒷조사를 하거나 교육청이 학생지도를 독촉하는 공문을 보내는 것은 오히려 그들을 자극하는 역효과만 낼 뿐이다. 지금은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관계 부처 장관들이 나서 학생들과 대화하고 설득하는 게 정석이 아닌가 싶다.

멀리 조선시대 신문고까지 갈 필요도 없다. 이승만 대통령은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학생 대표들을 경무대로 불러 그들의 말에 귀 기울였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도 학생시위가 벌어지자 정권 2인자인 김종필씨가 대학을 찾아가 학생들과 토론을 벌였다. 시위 전력 때문에 취업 문이 막힌 이명박 대통령도 박 대통령에게 직접 편지를 썼고 청와대 민정 비서관과 담판을 벌였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런 것이 현장 정치요, 소통의 정치라고 본다.

나이 어린 중·고생들조차 설득하지 못하면 한심한 정부다. 그들을 만나 불안감을 풀어줘야 한다. 학생들이 원하면 학교급식에는 한우나 호주산 쇠고기를 공급하기로 약속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군부대에도 한우를 제공하기로 한 정부가 굳이 초·중·고 급식에 미국산 쇠고기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정부는 약속대로 대(對) 국민 소통을 확대해야 한다. 오늘 저녁에는 곳곳에서 정부 관계자들이 학생들과 진솔하게 대화하는 광경을 지켜보고 싶다. 그래야 떠나간 80%의 민심이 되돌아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