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배가 고프면 싸움도 할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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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이쿠사(いくさ)란 옛날의 전쟁,칼 쓰고 활 쏘던 시대의 전쟁을 가리킨다.그림에 나오는 무사들은 갑옷을 입고 복장이 훌륭한걸 보니 졸병은 아니고 높으신 분들이다.암만 계급이 높아도 배고픔에 이기는 장사는 없어 주먹밥을 「냠냠」 먹 고 있다.주먹밥을 오니기리(おにぎり)라고도 하고 오무스비(おむすび)라고도 한다. 하라가 헤루(はらがへる)는 「배가 고프다,시장하다」는 뜻인데,현대에는 남성들이나 사용하는 거친 표현.어쨌든 싸움이든시험이든 일이든 배고픈 사람이 제대로 해낼 리 없다.그래서 「하라가 헷떼와 이쿠사가 데끼누」.배고프면 싸움도 할 수 없으니우선 배를 채우고 보자,그 다음에 싸움을 하든 일을 시작하든 하자는 이야기다.특히 마라톤 회의를 하고 있는 경우 한창 열올려 갑론을박하다 보면 식사 때를 깜빡 놓치게 되고 만다.배에서꼬르륵 소리가 나면 될 이야기도 안 되고,안 될 이야기에는 짜증만 난다.우리말로는 「자 자,먹자고 하는 일인데 먹고 다시 시작합시다」고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여기서 한 마디,하라하찌부(腹八分:はらはちぶ)라는 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하라하찌부,배불러 죽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먹지 말고 조금 모자란 듯 하게 먹으라는 말이다.일본 사람들은 하라하찌부만 잘 지키면 의사가 필요없 다는 말을 한다.아닌게 아니라 배가 잔뜩 불러 중요한 회의중 식곤증으로 꾸벅꾸벅 졸고 있다면 이것 역시 이쿠사가 데끼누.
腹(はら)が へっては (いくさ)が できぬ.
배가 고프면 싸움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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