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 취임] "로마와 온 세계에" 축복 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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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4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 취임 미사가 끝난 뒤 무개차를 타고 광장을 돌며 운집한 신자와 관광객의 환호에 손을 흔들고 있다. 교황이 어깨에 걸치고 있는 영대는 교황권의 상징 중 하나로 흰색 울 소재 띠에 실크로 5개의 붉은 십자가 수가 놓여 있다. [바티칸시티 AP=연합]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4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5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미사를 갖고 취임했다. 그는 제265대 교황이다. 그는 취임미사에서 인류가 종교를 떠나 함께 기도하며 자신을 도와줄 것을 호소했다. 교황은 이탈리아어로 한 강론에서 "한 무리의 양떼에는 한 명의 목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님의 나약한 종복인 제가 큰 과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신자나 비신자, 유대인들도 함께 기도해 달라"고 호소했다.

교황은 "나의 모든 언행은 내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고 전체 교회와 함께 주님의 말씀과 의지를 듣고 주님에 의해 인도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가톨릭의 정통성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황은 "요한 바오로 2세는 천국의 성인들 틈에서 편히 쉬고 있다"고 말했으나 그를 시성하는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신자들에게 "주님을 두려워하지 마라. 주님에게 문을 열어라. 그러면 진정한 삶을 찾을 것"이라며 강론을 끝맺었다.

교황은 3시간 가까이 계속된 취임 미사가 끝난 뒤 무개차를 타고 성 베드로 광장을 돌며 환호하는 미사 참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교황은 취임성찬식에서 교황을 상징하는 '어부의 반지(Fisherman's ring)'와 붉은 십자가 다섯 개를 수 놓은 영대(領帶.Pallium)를 받았다. 이는 교황이 공식 취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사 직전 그는 성 베드로 대성당 안에 있는 성 베드로의 무덤을 참배했다.

추기경단을 대표해 미사를 주관한 칠레의 호르헤 메디나 추기경은 라틴어로 "당신에게 교황 직을 맡겨 모든 교회의 목자로 삼으신 하느님의 축복을 받으소서"라고 말했다. 이에 교황은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로마와 온 세계에)"라는 축복을 내렸다.

추기경들은 이어 교황이 낀 어부의 반지에 입맞춤했다. 교황권에 복종을 다짐한 것이다. 교황은 취임식 직후 각국 정상급 하객들을 영접했으며, 25일부터는 영국 성공회를 대표하는 로언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 등 다른 종교 지도자들과 연쇄 면담한다.

미사에는 36개국 정상과 140개국 사절단이 참석해 교황 취임을 축하했다.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 장 피에르 라파랭 프랑스 총리, 바츨라프 클라우스 체코 대통령, 알렉산데르 크바시니에프스키 폴란드 대통령,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 알베르 2세 모나코 왕세자,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 부처, 젭 부시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 등이 미사에 참석했다. 교황의 형인 게오르크 라칭거(81)도 귀빈으로 초대돼 동생의 취임을 축하했다. 김수환 추기경도 참석했다. 교황의 모국인 독일에서는 약 10만 명의 신자가 미사를 함께했다. 미사에 참가한 신자 및 관광객은 모두 35만여 명에 달했다고 교황청이 밝혔다. 5만여 명은 시내 광장 등에 마련된 대형 TV 스크린을 통해 취임식을 지켜봤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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