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령길 “열어라” “안 된다” 찬-반 단체 걷기대회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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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폐쇄된 북한산 국립공원 내 우이령길의 통행 재개 줄다리기가 16년간 계속되고 있다.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교현리∼서울 우이동을 잇는 우이령길(6.8㎞)은 1968년 1·21사태 당시 무장공비 침투로로 이용된 후 안보상의 이유로 폐쇄돼 현재 군부대 작전차량 통행로로만 이용되고 있다. 양주시는 92년 이후 줄기차게 통행 재개를 추진하고 있지만 생태계 파괴와 교통체증 등을 우려한 서울 강북구 및 환경단체들의 반대에 부닥쳐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열자’-‘못 연다’=양주시는 현재 폭 5∼6m의 비포장도로인 이곳을 폭 20m(왕복 4차로) 규모의 직선 도로로 확·포장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양주시와 강북구가 570억원의 비용을 분담, 2011년 착공해 2016년 완공한다는 복안이다. 양주·의정부·고양 등 경기 북부 주민들이 서울 우이동 방면으로 가려면 의정부시나 서울 구파발을 통해 20㎞ 이상 우회해야 해 막대한 경제적·시간적 손실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 통행 재개의 논리다. 임충빈 양주시장은 지난해 11월 우이령길 통행 재개를 협의하기 위해 서울 강북구를 방문하기도 했다. 양주시 측은 환경 파괴 우려에 대해 “우이령 전 구간을 터널 방식으로 뚫으면 환경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울 강북구는 여전히 반대 입장이다. 한만구 강북구 토목치수과장은 “40년간 보존된 삼각산(북한산) 자연생태계가 파괴되는 데다 우이령 길을 개통할 경우 우이동길·삼양로 등 연계도로에 극심한 교통 체증과 함께 소음·매연 등 각종 환경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신중한 자세다.

◇찬반 단체, 서로 걷기대회=장흥면 주민이 지난해 구성한 ‘우이령 재개통 추진연합회’는 18일 장흥면 교현리 육군 72사단 연병장에서 우이령 정상(서울 강북구 경계)까지 왕복 10㎞에서 걷기 대회를 연다. 양주시는 이날 행사에서 우이령 길의 내력과 통행 재개의 필요성을 알리는 전단지를 배포하고 서명운동도 벌일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달 20일에는 ‘우이령보존회’가 우이동 광장을 출발해 우이령까지 시민 걷기대회를 열었다. 이날 걷기대회에서는 중간중간 쉬는 시간마다 우이령에 얽힌 역사와 생태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며 우이령 길 보존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전익진·성시윤 기자

◇우이령 길=과거 양주시 장흥·백석·광적면 주민들이 서울 도봉 지역과 미아리시장 등으로 땔감과 채소를 팔러 다니던 마찻길이었다. 40년 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생태계와 자연경관이 잘 보전돼 있다. 북한산과 도봉산 사이에 난 우이령 길은 양주시 구간 3.7㎞, 강북구 구간 3.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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