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지방경제 희망열차? 거꾸로 달린 KTX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1. 고속철도 KTX의 경부선 출발역인 서울역 회의실은 대부분 꽉 들어찬다. 여기서 열리는 사업설명회나 강연회에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이 많이 참석하기 때문이다. 대구에 사는 한국웃음치료센터 정해성 대표도 이곳을 자주 이용한다. “회의실 임대료가 싸고, 전국적으로 사람을 모으기 쉽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2.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모(27)씨는 지난주 서울 신사동의 한 성형외과를 찾았다. 3개월 전에 한 가슴 확대 수술에 후유증은 없는지 검사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오전 8시 부산역에서 KTX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한 건 오전 10시40분. 택시를 타고 신사동 병원에 도착하니 오전 11시20분쯤이었다. 점심시간 전에 검사를 마친 그는 “수술 비용이 부산보다 비싸지만 신뢰도를 생각해 서울 병원을 택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수술을 받은 이 병원은 고객의 30%가 지방 사람이라고 한다. 보디라인 전문병원인 바람성형외과 이지원 실장은 “KTX 개통 이후 대구·부산 등 지방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KTX 운행이 올해로 4년째를 맞고 있다. 당시 개통을 학수고대했던 경상도 경제에 KTX는 고통으로 변했다. 지방경제를 살릴 것이라던 고속철도가 오히려 죽이고 있기 때문이다. ‘KTX 패러독스(역설)’다. 균형발전이라던 취지와는 달리 지방의 사람과 돈이 고속철을 타고 서울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가 가장 심한 곳이 대구·경북이다. 김포~대구 간 국내선은 지난 연말 아예 폐지됐다. 철도에 손님을 빼앗겨 버렸기 때문이다. 이 지역 상인들은 “KTX 개통 후 서울이 ‘블랙홀’로 변했다”며 아우성이다. 그중에서도 타격을 많이 받은 분야가 의료와 쇼핑이다.

◇서울은 ‘블랙홀’=대구·부산 사람들이 지난해 서울 소재 병원에서 쓴 돈은 1267억원이다. 의료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성형·미용에서 쓴 돈은 빼고서다. 성형치료뿐 아니라 암 등 중환자들도 서울로 올라온다. 대학병원은 물론 일반 병원에도 지방 환자가 꽤 있다. 성북구 안암동 소재 고운숨결내과 측은 “지방 환자가 20% 이상”이라고 밝혔다.

물론 고속철도 개통 이전에도 지방 환자들은 서울 병원을 선호했다. 소득이 늘고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그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 안문영 보건과장은 “대구의 5개 대형 병원이 이런 문제에 대처하기 공동 홍보 등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구·경북 주민들이 서울 현대백화점에서만 쓴 돈은 250억원이었다. 이 백화점은 이들이 지난해 서울에서 쓴 돈은 이것의 열 배쯤인 25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서울역 갤러리아백화점 콩코스점은 지방 고객이 지난 4년간 매년 10%씩 늘어났다. 부산에서 온 고객은 지난해 22%나 늘었다. 이 백화점 판매기획팀의 박세호 팀장은 “이런 통계는 신용카드를 쓴 고객만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현금 결제를 감안하면 더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역에 있는 아이파크몰도 손님 중 약 25%가 지방 고객이라고 한다.

KTX는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의 한 요인이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지방에서 돈을 번 사람들이 부동산을 살 때는 서울과 수도권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부동산컨설턴트 김재언 과장은 “최근 2~3년간 대구·부산 지역의 고액 자산가들이 압구정동·대치동 등 강남의 아파트를 상당히 구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방학이 되면 학생들도 서울로 올라온다. 부산에 사는 고3인 김모양은 매주 토·일요일이면 서울 강남의 학원에 다닌다. 그는 “대치동 일대 학원은 특히 방학 때면 영어와 논술 강의를 듣기 위해 상경하는 지방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대구=송의호·이봉석 기자

[J-HOT]

▶MB "盧, 임기중 쇠고기 다 해놓고 간다더니…"

▶ 전여옥 "부자 95% 검소와 절제로 재산 모았다" 글 파문

▶中 지진 두꺼비는 알았다! 3일전 도로 새까맣게 뒤덮어

▶김경준 기획입국 단서, 이보라씨가 만난 사람은

▶이것 먹으면 류머티즘 관절염 예방·치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