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프리미에르 비종" 원단전시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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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바이올로지에서 테크놀로지로」「자연풍에서 도시감각으로」….
지난 수년동안 지구촌 패션을 지배해온 자연주의및 에콜로지 열풍이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대신 첨단과학기술이 가미된 하이테크 섬유가 원단시장을 휩쓰는등 미래사회의 이미지가 패션의 새로운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같은 경향은 유행의 최전선에 서 있는 패션디자이너들이 아니라 「보다 근원적인 패션」을 창조하는 원단업계및 유행을 사회변화와 연계해 분석하고 예측하는 패션정보기획사들로부터 제시된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지난달 29일부터 나흘간 파리 교외 빌르뱅트 국제전시장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의 의류 원단전시회 「96,97 가을.겨울 프리미에르 비종」역시 자연섬유보다는 화섬 중심의 하이테크 소재들이 전면에 등장,눈길을 끌었다.
프랑스.이탈리아.영국등 유럽의 패션선진국 14개국 807개 원단제조업체가 참가한 이 전시회엔 전세계 4만5,000여명의 의류산업 관계자들이 모여 다음해 유행할 원단및 신소재를 소개,매매계약을 하는 패션유통의 현장.
세계 패션의 진 원지라고 하는 파리.밀라노.런던.뉴욕 컬렉션에 선보이는 유명 디자이너들의 신작들도 결국 여기에서 선보인 원단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패션 이전의 패션을 만들어내는 산실」로 불린다.
이번 전시회에는 영하의 추위에도 끄떡없는 내한소재,숨쉬는 섬유,깃털처럼 가벼운 섬유,환경오염이 전혀 없는 무공해섬유등 첨단 섬유 테크놀로지의 수준을 짐작케 하는 신소재들이 쏟아져 나왔다. 또한 우리들이 익히 접해온 울.면.리넨 등도 화학섬유들과의 결합으로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제시됐다.
울의 경우 첨단소재인 라이크라를 섞어 신축성을 최대한 살린 「울+라이크라」가 세계 최대의 화학회사인 프랑스 뒤퐁사에 의해대대적으로 홍보됐다.
이 전시장을 찾은 패션디자이너 최연옥씨는 『표면을 광택처리한소재가 아니면 발을 못붙일 정도로 첨단이미지가 강조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프랑스 최대의 패션정보기획사인 파리의 프로모스틸사가 제시한 1~2년후의 패션경향 또한 프리미에르 비종의 소재 경향과 거의일치한다.
연간 30여개의 트렌드북을 만들어 세계 각국의 패션업체에 판매하는 프로모스틸사의 마케팅담당 나탈리 콜렝은『96,97년 추동 유행경향은▶부르주아지▶아스팔트▶유토피아의 세가지 주제로 압축된다』고 설명했다.
이중 부르주아지란 화려한 이브닝드레스,가발을 쓴 것 같은 헤어스타일,가면을 연상케 하는 화장등 자연스러움과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말한다.아스팔트도 네온사인.쇼윈도.사람들로 꽉 찬 거리등 번잡한 도시풍을 지칭하는 것이어서 자연으로의 회귀를 외쳤던에콜로지패션의 종말을 재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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