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24.논박하기-논리.근거의 허점 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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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젊은 세대에 관한 기성세대의 비판을 논박하라.』이는 95학년도 이화여대 입시에 출제된 논술문제로 수험생들이 한번쯤 생각해 보았을 법한 주제였기 때문에 그 답안 결과가 기대됐던 논제였다.그러나 채점결과 약 20% 가량이 0점으로■처리 되는 등학생들 자신이 체험하고 있는 당면한 문제에 대해서도 논증적으로사고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형식의 논제의 특징은 「젊은 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비판은 정당한가」라는 논제와 달리 이미 하나의 주장이 제시돼 있다는 점이다.그렇기 때문에 이 논제에서는 기성세대의 비판에 대한 역비판이 얼마나 논리적으로 설득력있게 제시됐는 가가 평가의요체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논박은 어떻게 하는가.
이화여대의 논제를 예로 들어보자.기성세대들이 젊은 세대를 비판하는 나름의 근거가 있을 것이고 그것을 거꾸로 비판하는 것이논박의 한 형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이 비판에는 기성세대의도덕률이 옳다는 점과 젊은 세대가 도덕적으로 타락했다는 두가지전제를 지니고 있다.이때 기성세대의 비판을 논박하기 위해 기성세대의 도덕률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데 과연 적합한가,혹은 젊은세대의 윤리가 과연 타락했는가를 비판적으로 따져볼 수 있다.
이러한 반비판은 다름아닌 그 근거나 전제가 설득력이 없음을 지적함으로써 젊은 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비판의 설득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이 있다.전제나 논거로부터 주장이 필연적으로 이끌려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상대 주장의 논리적 일관성과 설득력을 비판하는 것이다.위의 논제를 예로 들면,기성세대의 도덕률을 인정하고 또 젊은 세대의 비도덕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역사적으로 세대간의 갈등은 언제나 있었으며,그렇다고 세상이 종말로 가진 않았다는 점을 들어 젊은 세대에 대한 도덕적비난이 잘못된 것임을 지적할 수 있다.
요컨대 논박은 크게▶상대 주장의 근거 혹은 전제를 비판하는 것▶그 논거나 전제로부터 상대의 주장이 정당화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 두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비판적인 독서와 아울러 특정주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토론식 학습이 매우 유용하다.논쟁은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것은 물론,상대의 주장이 정당하지 못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좋은 방식이기 때문이다.
〈다음 회에는 「논박하기-숨은 전제를 찾아라」를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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