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나무심기는 환경문제 … 정치·이데올로기 상관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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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평양 중화군 양묘장에서 남북 관계자들이 함께 6년생 잣나무를 심고 있다. 뒤에 보이는 비닐하우스는 묘목 재배를 위해 남측이 지어준 것이다. 이 양묘장의 크기는 180여㏊이며 한국은 이 중 12㏊를 관리한다. [사진=박종근 기자]

평양 중화군 양묘장에 세워진 8㎾짜리 태양열 집열판. 비닐하우스 전력 공급을 위한 것이다. 800여만원의 건설비가 들었다.

‘겨레의 숲’ 기술분과 위원장인 오정수(61·사진) 박사는 조림 전문가다. 산림청 산하 산림과학연구원에서 36년간 근무하면서 세계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한국의 산림 녹화 사업 과정을 지켜봤다. 지난해 발족한 ‘겨레의 숲’에서 활동하면서 북한의 산림을 되살리기 위한 종합 계획안(마스터 플랜) 작성에 참여했다. 인터뷰는 10일 오전 평양 대동강변의 양각도 호텔에서 있었다.

-왜 북한에 나무를 심어줘야 하나.

“한반도는 서로 연결된 생태계다. 환경 문제는 남이나 북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국토가 망가지면 결국 남한이 그 피해를 보게 된다. 게다가 우리도 과거 유엔과 다른 선진국들의 도움을 받아 산림 녹화에 성공하지 않았나. 한국은 지금 인도네시아나 다른 나라들에도 나무를 심어주고 있는데 사실은 북한에 나무를 심는 게 더 시급하다.”

-그동안 퍼주기 논란이 많았는데 거부감이 있지 않겠나.

“(웃으며) 묘목들은 군사용이든 뭐든 다른 용도로 쓸 수도 없다. 나무 심기야말로 가장 비정치적이고 비이데올로기적인 것이다. 환경 문제로 생각하는 게 옳다.”

-북한 산림의 실태는 어떤가.

“전체 산림 면적의 약 17%인 164만ha 정도가 망가졌다. 우리도 1960년대에 화전민 같은 게 있었는데 북한은 우리의 그때보다 더 상태가 나쁘다. 마을의 뒷산 나무들을 땔감으로 다 베어버리고 그 자리에 다락밭을 만들었는데 비만 오면 토사가 쓸려 내려간다. 유출된 토사 때문에 논 농사까지 망치고 있다.”

-북한에 홍수가 빈발하는 것도 그 때문인가.

“물론이다. 지난해 그리 많지 않은 비가 내렸는데도 대동강이 범람해 평양시내 지하철과 주택들이 침수됐다. 북한이 유엔에 긴급 구호까지 요청했었다. 원인은 계속된 토사 유출로 대동강의 하상(강바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나무 심기 기술이 북한에 도움이 되는가.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황폐했던 산림을 성공적으로 복원시킨 경험이 있다. 또 남북한은 지형과 토질, 수종(樹種)이 같다. 아무리 선진적인 외국 기술도 우리 토양에 맞추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한국의 경험을 북한에 적용시키는 데는 문제가 없다. 남한의 산림 기술은 북한을 돕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이다.”

-북한의 산림을 정상화시키는 데 얼마나 걸릴까.

“한국은 지난 30년간 212만ha를 조림해 산림 녹화에 성공했다. 북한의 손상된 164만ha를 다시 회복시키는 데는 25년쯤 걸릴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묘목만 심으면 안 되고 방제활동도 함께 해줘야 한다. 현재 북한에선 방제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역시 남쪽의 도움이 필요하다.”

-북한 산림 녹화 사업에서 가장 어려운 게 뭔가.

“나무를 심는 조림 작업은 지역적 특성에 따라 다르게 진행돼야 한다. 아무리 좋은 묘목도 엉뚱한 땅에 심으면 살 수가 없다. 그런데 북측은 우리가 양묘장을 지어주고, 씨앗과 비료만 주면 자신들이 다 알아서 심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 북측도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겠지만 안타깝다.” 

글=김종혁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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