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평양 중화군 양묘장에서 남북 관계자들이 함께 6년생 잣나무를 심고 있다. 뒤에 보이는 비닐하우스는 묘목 재배를 위해 남측이 지어준 것이다. 이 양묘장의 크기는 180여㏊이며 한국은 이 중 12㏊를 관리한다. [사진=박종근 기자]
평양 중화군 양묘장에 세워진 8㎾짜리 태양열 집열판. 비닐하우스 전력 공급을 위한 것이다. 800여만원의 건설비가 들었다.
-왜 북한에 나무를 심어줘야 하나.
“한반도는 서로 연결된 생태계다. 환경 문제는 남이나 북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국토가 망가지면 결국 남한이 그 피해를 보게 된다. 게다가 우리도 과거 유엔과 다른 선진국들의 도움을 받아 산림 녹화에 성공하지 않았나. 한국은 지금 인도네시아나 다른 나라들에도 나무를 심어주고 있는데 사실은 북한에 나무를 심는 게 더 시급하다.”
-그동안 퍼주기 논란이 많았는데 거부감이 있지 않겠나.
“(웃으며) 묘목들은 군사용이든 뭐든 다른 용도로 쓸 수도 없다. 나무 심기야말로 가장 비정치적이고 비이데올로기적인 것이다. 환경 문제로 생각하는 게 옳다.”
-북한 산림의 실태는 어떤가.
“전체 산림 면적의 약 17%인 164만ha 정도가 망가졌다. 우리도 1960년대에 화전민 같은 게 있었는데 북한은 우리의 그때보다 더 상태가 나쁘다. 마을의 뒷산 나무들을 땔감으로 다 베어버리고 그 자리에 다락밭을 만들었는데 비만 오면 토사가 쓸려 내려간다. 유출된 토사 때문에 논 농사까지 망치고 있다.”
-북한에 홍수가 빈발하는 것도 그 때문인가.
“물론이다. 지난해 그리 많지 않은 비가 내렸는데도 대동강이 범람해 평양시내 지하철과 주택들이 침수됐다. 북한이 유엔에 긴급 구호까지 요청했었다. 원인은 계속된 토사 유출로 대동강의 하상(강바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나무 심기 기술이 북한에 도움이 되는가.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황폐했던 산림을 성공적으로 복원시킨 경험이 있다. 또 남북한은 지형과 토질, 수종(樹種)이 같다. 아무리 선진적인 외국 기술도 우리 토양에 맞추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한국의 경험을 북한에 적용시키는 데는 문제가 없다. 남한의 산림 기술은 북한을 돕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이다.”
-북한의 산림을 정상화시키는 데 얼마나 걸릴까.
“한국은 지난 30년간 212만ha를 조림해 산림 녹화에 성공했다. 북한의 손상된 164만ha를 다시 회복시키는 데는 25년쯤 걸릴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묘목만 심으면 안 되고 방제활동도 함께 해줘야 한다. 현재 북한에선 방제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역시 남쪽의 도움이 필요하다.”
-북한 산림 녹화 사업에서 가장 어려운 게 뭔가.
“나무를 심는 조림 작업은 지역적 특성에 따라 다르게 진행돼야 한다. 아무리 좋은 묘목도 엉뚱한 땅에 심으면 살 수가 없다. 그런데 북측은 우리가 양묘장을 지어주고, 씨앗과 비료만 주면 자신들이 다 알아서 심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 북측도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겠지만 안타깝다.”
글=김종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