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된 수입차 값이 거의 반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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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지난해 여름 8560만원을 주고 아우디 A6 3.2 콰트로를 구입한 최모(42·여)씨. 그는 얼마 전 서울 양재동의 중고 수입차 전문 거래소인 서울오토갤러리를 찾았다. 남편이 경영하는 회사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애지중지하던 차를 팔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는 시세를 물어보곤 깜짝 놀랐다. 5000만원대 초반이라는 대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1년도 안 됐는데 신차 가격에서 40% 정도가 빠진 것이다. 최씨는 7000만원 이상을 예상했다. 억울했지만 이유를 알아보니 그럴 것도 같았다. 무엇보다 한 달 전에 신차 값이 1700만원이나 인하돼 요즘 새 차 값이 6850만원이라는 것이었다.

◇신차 가격이 낮아지니=지난해에 시작된 수입차 가격 인하 바람이 중고 시장에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SK네트웍스가 미국의 딜러에게 사와 국내에 파는 차종들의 중고 시세도 떨어지고 있는 중이다.

전국 중고 수입차 매매의 85%를 차지하는 서울오토갤러리매매조합의 김진한 부장은 “1년에 2만㎞ 정도 달린 수입차의 경우 가격 하락률이 20% 정도인데, 신차 값을 낮춘 중고차는 그 이상 떨어진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BMW코리아가 528i 신모델을 530i보다 1900만원가량 낮춘 6750만원에 출시했다. 그 뒤 1년 된 530i의 중고차 시세는 가격 인하분을 제외하고 20% 추가 하락한 6000만원 부근에서 형성됐다. 아우디 A6 4.2 2007년형도 신차 가격에서 1700만원이 빠진 상태에서 20∼30% 떨어진 6600만∼72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되고 있다. 아우디 딜러인 고진모터스의 장명주 영업팀장은 “아우디는 A6와 A4 위주로 중고차 시세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수입차를 싸게 사려는 고객이라면 지난해 나온 신차를 중고차로 구입하는 게 가장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SK네트웍스가 10개 차종을 6∼17% 싼 가격(공식 딜러의 시판 가격 대비)에 파는 것도 중고 시세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공식 수입가가 1억8240만원인 BMW 750i를 SK네트웍스가 17% 인하한 가격에 들여오자 1년 된 중고 시세는 인하 분에 5∼10%가 추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SK가 공식 딜러 판매가보다 12% 싸게 파는 렉서스 LS460L도 1년 된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에 비해 30∼37%나 빠졌다.

◇중고 시세도 연비 따라=고유가 추세가 지속되면서 배기량이 큰 차종의 중고 시세 하락 폭이 뚜렷했다. 폴크스바겐의 페이톤 V8 4.2 LWB의 경우 1년 된 차가 지난해 7월에는 8000만∼9000만원이었으나 지난달에는 7000만∼7600만원으로 떨어졌다. 같은 회사의 골프GTI(5도어)는 오히려 좋은 연비(12.6㎞/L) 덕분에 차 값이 올라갔다. 1년 탄 차 값이 지난해에는 2900만∼320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 들어서는 3100만∼3300만원을 유지하고 있다.

중고 수입차 가격의 하락세가 주춤해질 것이란 예상도 있다. 서울오토갤러리 이창현 시세부위원장은 “최근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독일계 수입차를 중심으로 가격을 올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만일 신차 값이 올라가면 중고차 가격도 올라갈 것이라는 얘기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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